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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처님 모시는 마음으로 이웃에 공양 올립니다

  • 특별기획
  • 입력 2020.02.17 13:35
  • 수정 2020.02.17 13:42
  • 호수 1525
  • 댓글 0

함께나누는 자비 원주 백련사 공양간

2011년 12월 원주 쌍다리 밑서 국수 한 그릇 만발공양 시작
혜국 스님, 산양삼 농사·고철 등 팔아서 공양간 운영비 조달
차별없이 자비 실천하는 공간…야단법석 등 이벤트 개최도

원주 백련사 공양간은 지역 사회에 불교의 역할이 확대되고, 불교적 삶이 확산되기를 기원하며 9년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 등 소외이웃을 위한 무료급식과 야단법석, 김장나누기 등 다양한 복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보살님, 많이 드세요. 치아 때문에 딱딱한 음식은 뺏으니까 마음 놓고 드셔도 돼요.”
“거사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건강은 괜찮으신 거죠. 가실 때 좋아하시는 떡과 반찬 담아드릴 테니 식사 잘 챙기세요. 제때 식사하셔야 건강하죠.”

강원도 원주시 중평길에 위치한 백련사 공양간은 정이 넘친다. 공양간을 책임지는 혜국 스님은 이곳을 찾는 어르신 누구나 부모님 모시듯 살뜰히 챙긴다. 백련사 공양간은 사찰의 음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지역 어르신을 비롯한 소외이웃의 따뜻한 한 끼를 위한 무료급식소다. 벌써 9년째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원주 지역 소외계층의 점심공양을 책임지고 있다.

공양간이 문을 연 것은 2011년 12월 혜국 스님의 원력에 의해서다. 부산에서 동진출가한 스님은 묘관음사, 범어사, 통도사 등을 거쳐 35년 전 원주에 정착했다. 절집 인연으로 백련사에 터를 잡았고, 도량 중창의 원력을 세웠다. 계획에 따라 불사를 추진했으나 늘 부족한 재원이 발목을 잡았다. 더 빨리 불사를 일으키기 위해 스님은 직접 불사기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덤프트럭을 구입해 공사장 자재를 운반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덤프트럭 3대를 운영할 만큼 사업이 커졌다. 하지만 대형 건설공사가 종료되자 일감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설상가상 일을 주던 업체의 부도로 차량 할부금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덤프트럭을 처분해 빚을 해결하고 나니 손에 남은 것은 백여만원에 불과했다. 

“과한 욕심이 가져온 결과였습니다. 불사를 일으키고자 했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과 불교를 공유하며 나누고 실천하기 위해 세운 발원인데, 정작 그 내용은 잊은 채 껍데기에만 집착했던 겁니다. 불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은 것을 털어 국수와 단무지를 구입해 원주 쌍다리 밑에 좌판을 폈다. 점심시간에 맞춰 국수를 삶아 사람들과 나눴다. 원주 쌍다리 주변은 노숙을 하거나, 폐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등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지난 시간에 참회이자 자비실천을 새로운 원력으로 삼겠다는 뜻이었다. 생경한 모습에 처음에는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사람들은 스님을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루 평균 300여명이 이곳에서 스님의 국수로 한 끼를 해결했고, 스님의 일손을 돕겠다는 사람들도 찾아왔다. 

“어떠한 편견이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입니다. 노숙인도, 어르신도, 운동하다 우연히 들른 사람도 국수 한 그릇한 후 인사하고 자리를 뜨면 그만입니다. 간혹 보시함을 찾는 분들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대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혹여 그런 모습이 보이면 그렇지 못한 분들에겐 국수 한 그릇조차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는 공양간의 원칙입니다.”

공양간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 경비는 스님이 직접 산양삼 농사를 지어 마련한다. 틈틈이 폐지와 헌옷, 고물 등을 수집해 판 것으로도 충당하고 있다. 

다리 밑 생활 2년 만에 텐트 4동을 설치했다. 처음으로 비바람을 막아줄 든든한 가림막이 마련된 것이다. 4년째 되던 해 다리 밑 생활을 청산하고 세를 얻어 ‘공양간’을 차렸다. 여유가 생겨서가 아니다. 소방서의 도움으로 물을 받아 설거지를 해결했는데 아무리 조심해도 하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불제자로서 하천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자리를 옮기면서 공양간은 더욱 공양간다워졌다. 우선 국수가 아닌 밥을 지어 이웃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운영시간도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로 변경했다. 지역 내 사회복지 관련 시설이 늘어나 주중 급식이 필요한 이웃이 줄었기 때문이다. 해서 복지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주말에 공양간의 역량을 온전히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주중에는 과일도시락을 만들어 복지기관의 밑반찬 배달 때 소외이웃에 함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더 많은 이들과 자비를 나누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인근 문화의거리에서 떡나눔 행사를 열고 있으며, 지역 예술인들을 초청해 야단법석을 펼치기도 한다. 또 어르신들을 모시고 매달 효도관광을 떠나고, 지난해 11월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초청해 함께 김장을 담궈 소외이웃과 나누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백련사 공양간 이사장 혜국 스님은 “백련사 공양간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하는 공간”이라며 “지역 사회에 불교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불교적 삶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원주=강태희 충청지사장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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