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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불교음식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 불서
  • 입력 2020.02.17 14:25
  • 호수 1525
  • 댓글 0

‘고려 옹기와 청자에 음식을 담다’ / 태경 스님 지음 / 양사재

태경 스님은 불교음식의 연원을 연구하면서, 옹기와 청자 등의 그릇은 각기 담기는 음식물도 달랐음을 알려주고 있다. ‘태안 마도3호선 수중발굴보고서’에 실린 옹기류에서는 실제 생선 뼈 등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먹방’과 ‘먹부림’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시대임에도 맛과 양이 아니라 음식에 깃든 의미를 새기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사찰음식, 즉 불교음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한국의 사찰음식, 즉 불교음식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불교음식의 연원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자료 수집을 시작했던 조계종 교수아사리 태경 스님(세종시 무형문화재위원)이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모아 ‘고려 옹기와 청자에 음식을 담다’에 옮겼다. ‘개경 승려와 사대부의 음식’을 부제로 한 책은 고려시대 개경의 사대부들이 음식을 어떻게 바라봤고, 불교에선 같은 음식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문헌을 바탕으로 정리하면서도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불교음식까지 함께 살폈다.

저자는 고려시대 승려와 사대부의 문집을 비롯해 ‘고려사’ ‘고려도경’ 등에서 음식에 관한 내용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신라와 조선시대를 연결하는 고려시대의 음식을 드러내고 있다.
 

태경 스님
태경 스님

그 결과 백제는 중국 유교사상에서 소식(蔬食)으로 변용된 것이 유입되어 불교음식이 시작되고, 고려 개경은 송나라 상인들의 무역을 통해서 송의 음식과 식기문화가 직수입됐음을 밝힌다. 또 사찰음식은 건강식이 아니라 식체(食體)를 갖추고 식상(食相)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수행 방편의 하나이며, 오신채와 육식을 금하는 이유는 맛의 욕심을 버려 전쟁을 막는 것이 궁극의 목적임을 재확인시켜준다. 그리고 중국 선불교의 청규는 인도불교의 음식관을 재해석해 불교음식문화를 발달시키고, 조선시대에는 사찰가람의 배치에까지 영향을 준다면서 한국음식문화의 기원이 불교음식에서 시작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 성과를 기술한 저자는 “자료가 부족한 고려지만 현존 자료를 활용한다면 조선시대에서 고려시대로 올라가는 발판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수용과 변용을 지나 현재의 모습에서 한국 음식문화의 역사를 찾아 올라가는 것이 한국 음식문화의 원형을 찾는 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 옹기와 청자에 음식을 담다’

책은 또 “불교음식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음에도 곳곳에 읽는 재미를 더할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불화에 대한 고려인의 감상, 불교의례와 불구, 고려청자(도자기)를 바라보는 고려인의 미감, 유밀과 다식의 출현 배경, 단맛을 경계하는 주장, 고려왕실 음식의 계승과 발전, 불교음식과 유교음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불교음식의 활용법, 채식의 본질, 식재료 등을 다룬 단편들이 그것이다.

특히 “음식은 그릇에 따라 다르다. 옹기와 청자 역시 담기는 음식이 달랐다”고 말한 스님은 음식과 함께 옹기와 청자의 역할까지 서술해 고려의 음식을 조금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고려시대 불교행사에서 사용했던 공양물이 조선시대 속가의 제사 상차림으로 전해져 남아 있음을 알린다. 또 각종 사료에 기록된 불교음식 관련 기록과 시 등을 찾아내 불교음식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내는 등 읽을거리가 적지 않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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