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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명 스님 일기·법문 담긴 유고집

  • 불서
  • 입력 2020.02.17 14:28
  • 수정 2020.02.17 14:29
  • 호수 1525
  • 댓글 0

‘수좌 적명’ / 적명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수좌 적명’
‘수좌 적명’

“참으로 죽은 듯이 십 년이나 이십 년 아니 몇 생이라도 이 진실한 생명의 모습을 참구하라. 일체 존재하는바 허망하지 않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던가? 어떠한 일이 이 세상에 일찍이 그대 속을 아프지 않게 떳떳이 존재해 있더란 말인가? 찬바람 따라 지워져 가는 낡은 잎새들처럼 가슴속 부질없는 열기 식히며 헛된 상념들 잊고 싶다. 이제 두 번 다시 기웃거림 없이 오래 그리고 조용히 정진하고 싶다. 깊이깊이 참구에 들고 싶다.”

수좌 적명 스님<사진>은 세납 40대인 1980년에 ‘진실의 탐구’란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기웃거림 없이 조용히 정진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긴 세월 깊이깊이 참구에 들면서 봉암사에 몸을 의탁했고, 그곳에서 많은 대중들과 탁마하며 시나브로 후학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2010년 ‘법보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간화선 수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선정과 지혜의 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이란 호수의 파랑을 가라앉히는 겁니다. 호수에 파랑이 일면 물이 흐려지니 그 속에 있는 돌 하나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파랑이 멈추면 호수는 맑고 고요해지지요. 정(定)입니다. 고요한 호수 그 자체는 체이지요. 명경지수의 호수는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특성을 나타내는데 바로 비춤입니다. 호수 속의 작은 돌 하나도 잘 보입니다. 하늘의 푸른색도, 구름도 그대로 비춰지지요. 혜(慧)입니다. 호수의 고유 특성이 나타났으니 용(用)입니다.”

스님은 ‘정을 닦지 않으면 혜가 이뤄질 수 없고, 혜가 갖춰지지 않으면 올바른 정이라 할 수 없다’면서, 참선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심성에 본래 갖춰져 있는 정혜를 계발하는 것이라고 일러줬던 것이다. 그 적명 스님이 지난 2019년 12월 갑작스럽게 세연을 마쳤다. 60년을 수좌로 살아오면서 별다른 흔적 없이 일기와 법문 몇 편을 남겼을 뿐이다.

‘수좌 적명’은 그렇게 남겨진 글을 엮었다. 스님의 삶과 수행의 뜻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글이고, 유고집이자 스님 이름으로 남겨지게 된 첫 책이다. 전체 3장으로 이뤄진 책의 1장에서는 1980년부터 2008년까지 30여 년간 썼던 일기 가운데 70편의 글을 실었다. 끊임없이 번민하며 괴로움을 토로하는 한 인간의 진솔한 모습과 수행자를 만날 수 있다. 이어 2장에는 선방 수행자들에게 했던 법문이 담겼다. 번뇌를 어떻게 다뤄야 하고, 수행은 왜 해야 하며, 욕망은 또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등 오랜 수행을 통해 얻은 지혜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 3장에는 1989년 월간 ‘해인’지에 소개된 인터뷰 등 몇 편이 담겨 스님의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만나볼 수 있다.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이 생전에 전했던 수행과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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