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문학까지 아우른 석전 스님 삶과 사상
선‧교와 문학까지 아우른 석전 스님 삶과 사상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20.02.17 14:34
  • 호수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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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전 박한영’ / 혜봉 스님 지음 / 민족사
‘석전 박한영’

“중도로 깨달음의 길에 들어가라! 불국토를 이루라!”

석전 박한영 스님의 유훈은 짧고 강렬했다. “중도로 완성되는 사람이 바로 부처님 경지의 첫머리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후학들을 경책했던 스님이 수행자로서 이 땅의 불자와 전 국민들에게 들려준 마지막 가르침은 바로 ‘중도’였다.

석전 스님(1870∼1948)은 불교계의 유신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외세에 대응한 근대 선각승이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유년시절부터 농사를 지으면서도 ‘통사’와 ‘사서삼경’을 통달할 정도로 학문적으로 성숙했던 스님은 1888년 19세에 출가한 이래 1890년 백양사 운문암 김환응 스님 문하에서, 1892년 당대 최고 강백 선암사 김경운 스님에게 경학을 배우고 건봉사와 명주사에서 여러 경전을 연찬했다. 당대 최고 강백들로부터 교학을 연찬한 스님은 1892년부터 1906년까지 안거에 들어 수행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선교를 두루 섭렵한 스님은 1912년 ‘조선불교월보’ 9호에 ‘불교 강사와 정문금침’을 발표해 강사들의 병폐를 지적할 정도로 강직했다. 스님의 이러한 기개와 법문은 선교를 아우른 정진의 힘과 더불어 평생 4만권에 가까운 장서가 있을 정도의 깊은 독서에 있었다. 스님은 또 옛 문헌을 새롭게 번역하고 대중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선지식들의 가르침 역시 잘 받들어야 함을 당부하기도 하는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삶을 보였다.

석전 박한영 스님 진영.<br>
석전 박한영 스님 진영.

스님은 불교 유신을 강조하는 한편 일제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919년 4월23일 이종욱 스님 등과 함께 한성임시정부 발족에 참여할 정도로 항일정신이 강했던 스승이다. 그리고 항상 나라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면서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불법의 세계로 이끌고자 노력했다. 

스님은 특히 인재양성이 우선되어야 하고, 불교의 사상과 이상을 현실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직접 쓴 100여 편에 달하는 논설‧수필 등의 내용도 불교계 내부에 대한 비판과 자각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당시 계율이 흐트러져 불법의 정수를 맛보지 못한 채 헤매는 출가 승려들을 향한 간절한 당부였던 것이다.

석전 박한영 스님은 선과 교는 물론, 문학까지 아우르며 근대 지성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사진은 제1회 중앙불교전문학교 졸업식.<br>
석전 박한영 스님은 선과 교는 물론, 문학까지 아우르며 근대 지성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사진은 제1회 중앙불교전문학교 졸업식.

그렇게 한 세상을 불교와 민족 사랑으로 일관했던 스님은 조선불교 초대 교정으로 추대됐음에도 산문 밖을 나서지 않다가 1948년 4월8일 세수 79세 법랍 61세로 내장사에서 입적했다.

그 석전 한영 스님의 삶을 혜봉 스님이 한 권 책으로 갈무리 했다. 석전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오랜 시간 그 삶과 사상에 천착한 저자가 철저한 고증과 자료를 바탕으로 엮은 ‘석전 박한영–문사철의 석학, 근대 지성의 멘토’는 전체 5부로 구성됐다. 1부 석전의 출가와 구도, 2부 불교 유신과 항일 운동, 3부 기행시대 : 한라에서 백두까지, 4부 종정시대 : 인재양성 교육혁신, 5부 만년의 물외도인으로 구성된 책에서 독립운동가이자 근대 불교교육의 선각자였던 석전 스님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당대의 뛰어난 시인‧서화가‧묵객들과의 교류 이야기를 통해 스님의 문학적 감성까지 엿볼 수 있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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