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상대를 배려하는 하심
54. 상대를 배려하는 하심
  • 법장 스님
  • 승인 2020.02.17 16:24
  • 호수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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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히 포장해 상대 망신 주는 건 극악한 죄

원효 스님 주목한 자찬훼타계
스스로 잘났다 자랑하는 것과
남 비방하는것 엄격히 금지해
부정한 이익은 불행한 결과로

대승불교는 자신의 이익과 공덕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그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최고의 수행이자 덕목으로 본다. 이런 불교적 삶을 유지하고 바르게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계율이다. 그 중 ‘범망경’은 대승보살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덕목을 설한 경전이다. ‘범망경’의 보살계 중에서 특히 원효 스님께서 주목했던 계율이 있다. 바로 ‘제7 자찬훼타계(自讚毁他戒)’이다.

이 ‘자찬훼타계’는 자신을 내세우고 남을 비방하지 말라는 계이다. 즉 다른 사람을 비방하여 자신을 이익 되게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헐뜯는 행동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계에 대해서 원효 스님은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특히 이 계를 교묘하게 악용할 수 있는 행동들을 예로 들어 그러한 일을 금지시키고 있다.

우선 자신만의 것을 내세워 스스로를 칭찬하는 행동을 금지시킨다. 불교 수행자는 자신의 이익조차도 남에게 돌려주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당연히 불교적인 행동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남을 비방하는 행동도 앞의 ‘제6 설사중과계’와 같이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헐뜯는 것이기에 불교 신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그리고 ‘자찬훼타’의 의미처럼 남을 헐뜯어 자신을 내세우는 행동은 앞의 잘못을 동시에 하는 것이기에 그 죄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그러나 뉴스 등을 통해서도 접하듯이 우리는 항상 무언가에 대해 대립을 거듭하고 상대를 비방하고 무서울 정도로 내몰아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경쟁자를 한 없이 짓밟고 누구라도 그들에게 위협이 될듯하면 가차 없이 비방하며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한다. 이러한 것은 과거 원효 스님 시대에도 똑같았다. 남들과는 다른 생각과 가르침을 펼친 원효 스님을 당시 신라의 귀족 불교가 가만둘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원효 스님께서도 본 계율에 대해 더욱 신중을 기하여 주석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남보다 자신이 더 잘되려고 하고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려고 한다. 불교는 이러한 동물적인 본성으로부터 벗어나 속박을 버리고 자유를 얻어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종교이다. 그렇기에 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다시 자신을 회향하여 모두와 하나 되는 삶을 추구해야한다. 그런 불교에서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가장 무거운 과보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묘하게 자신을 낮추고 남을 칭찬하여 결국 그 사람에게 무안을 주고 자신이 이익을 차지하는 악질적인 행동을 금지시킨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마치 그 사람의 장점인 것처럼 포장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주고 자신이 그것을 해결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동은 앞의 3가지 예보다도 악질적이고 죄의 무게가 무겁다. 남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자신조차도 속이는 무서운 행동이기에 어쩌면 스스로 바른 삶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악행이 우리 주변에서 종종 생겨난다. 언론에 나오는 정치나 경제의 뉴스에서 상대의 약점을 파헤쳐 교묘하게 악용하고 그들을 나락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대중들에게 전달되어 사람들은 마치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오히려 어리석고 부질없는 행동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보다 나은 삶과 내일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삶 속에서 부정하게 얻은 이익이 과연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 우리는 작디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사람답게 생각하고 행동할 때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의 첫 걸음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25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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