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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꼬살라의 왕 빠세나디를 교화하다

절대권력 앞에 당당했던 지혜의 검

불교교화, 절대자에서 백성으로 
빠세나디왕의 도발적 질문에도 
붓다, 지혜로써 무지 일깨워 줘
국왕부터 가장 충실한 제자 돼

붓다에게는 대표적인 제자들이 있다. 출가 제자 중에는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를 비롯한 10대 제자를 흔히 언급하고 재가 제자 중에는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과 꼬살라국의 빠세나디왕, 아나타삔디까 장자, 의사 지와까, 유녀 암바빨리, 말리까 왕비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뛰어난 제자들이 있다. 붓다는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당시 사회체제에서 철저하게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럼에도 불교는 시작부터 사회 지도층들의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 아래 성장하게 된다. 깨달음을 얻은 뒤 불과 수개월 만에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이 재가 신자가 된다. 그리고 그 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꼬살라의 빠세나디왕이 재가 신자가 된다. 마가다와 꼬살라는 당시 북인도의 가장 강대한 두 나라였다. 이들 왕들이 재가 신자가 됨으로써 붓다의 교화행은 어떤 의미에서는 돛에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다.

종교별로 확산의 방식을 보면 바라문교(힌두교)는 불교에 밀린 뒤 기층민들에 대한 포교의 방식을 보여주고 기독교 역시 밑으로부터 위로 나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불교는 위로부터 백성들 일반으로 전파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인도 밖으로 전파되는 방식이고 붓다 당시는 전방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가 아주 짧은 시간에 커다란 수행자 집단으로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붓다는 불가촉천민이든 왕이든, 바라문이든, 거상(巨商)이든 그들에게 알맞은 가르침을 통해 그 모두를 붓다의 가르침 아래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최고의 지혜를 갖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빠세나디왕과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빠세나디왕은 아직 붓다에게 귀의하기 전, 붓다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따마시여! 세상에는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름난 구원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뿌라나 까삿빠, 막칼리 고살라, 니간타 나타뿟따, 산자야 벨랏티뿟따, 빠꾸다 깟짜야나, 아지따 께싸깜발라입니다. 그들에게 ‘위없는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고따마 존자는 나이도 젊고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선언하십니까?”(SN.I, p.68)

빠세나디왕의 이러한 말을 통해 보면, 붓다가 정각을 성취한지 얼만 안 되는 시점에 두 분이 만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왕이 젊디젊은 붓다에게 ‘무상정등각’을 성취했다고 선언한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붓다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위와 같이 당대에 내로라하는 종교 지도자들[육사외도] 조차도 그와 같이 말하지 않는데, 젊은 수행자가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공격적으로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의 초기 행적을 보면 때로는 매우 파격적인 모습도 보인다. 하나의 예를 들면 나이가 많은 수행자들이 있는 곳으로 간 붓다가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자 예의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자 붓다는 질문을 한다. 

“여기 닭이 품고 있는 알이 10개가 있는데 이 중에 어느 것이 형이고 동생입니까?”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자 붓다는 “먼저 알을 깨고 나온 것이 형입니다. 무지의 알을 내가 먼저 깨고 나왔으니 내가 연장자입니다”라고 가르친다. 세속적 나이가 무의미함을 일갈한 것이다.

한편 빠세나디왕의 도발적 질문에 붓다는 어리거나 작더라도 깔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되는 네가지 존재를 말한다. 

“대왕이여! 왕족, 뱀, 불, 수행승은 어려도 깔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어린 왕족은 왕이 되고 작은 뱀도 독이 있으며 작은 불씨도 모든 것을 태워버립니다. 이들을 업신여기면 목숨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계행을 지키는 수행승은 청정의 불꽃으로 타올라 뿌리 뽑힌 종려나무와 같이 어떠한 속박도 장애도 없습니다.”

왕자로 자라 왕이 된 빠세나디에게 이보다 더 이해하기 좋은 가르침이 있었을까? 왕은 붓다가 설한 가르침의 의미를 바로 알고 가장 충실한 재가 신자가 된다. 붓다의 교화는 이처럼 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지혜의 칼로 무장하고 그들을 무지에서 일깨웠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25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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