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올가 토카르축의 ‘잃어버린 영혼’
3. 올가 토카르축의 ‘잃어버린 영혼’
  • 박사
  • 승인 2020.02.18 10:20
  • 호수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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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급한 건 몸과 마음의 만남

책속 의사 말 따라 환자와 함께
몸과 영혼 만나는 시간 가지며
섬세한 몸이 마음‧거친 맘이 몸
살필 때 이곳이 ‘내’가 있는 곳

언제부터 우리는 마음을 내버리고 몸만 달리기 시작했을까. 혹은 몸을 떼어놓고 마음만 달리기 시작했을까. 몸은 언제부터 잊혀진 존재, 말썽의 원인, 족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대상이 되었을까. 명상을 하기 위해 앉았던 첫날. 걷기명상을 위해 첫 걸음을 떼었던 날. 나는 내 몸의 감각들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곳에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또한 비로소 가장 새로운 것이기도 했다.

틱낫한은 자신의 책 ‘틱낫한 불교’에서 마음과 몸에 대해 “미혹한 마음의 세계에서 그것들을 이원성으로서 경험한다”고 잘라 말한다. 컴퓨터 앞에서, 영화관 스크린 앞에서, 스마트폰 앞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몸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몸과 마음이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체화된 마음과 마음챙김의 몸을 이루기 위해서 수행합니다. 그와 같은 몸과 마음에는, 더 이상 무명이 없고, 더 이상 분리된 현실로서의 형성이 없습니다. 이 마음‧몸의 작용은 존재들을 깨우치고 해탈하게 합니다.” 틱낫한의 설명이다. 

이 책에 나온 의사는 몸을 잃어버린 마음을 ‘영혼’이라고 불렀다. 일을 아주 많이, 빨리 하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출장길의 호텔방에서 한밤중에 잠이 깨어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그는 사무치게 외로웠다. 그가 만난 현명하고 나이 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에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의사가 내려준 처방은 이러했다. “환자분은 자기만의 어떤 장소를 찾아 편안히 앉아서 영혼을 기다려야 합니다. 분명히 환자분이 이삼 년 전쯤 갔던 곳에 환자분의 영혼이 있을 거에요. 기다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요. 제가 드릴 다른 약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남자는, 기다렸다. 

이 책의 독자는 읽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남자와 함께 기다린다. 남자의 영혼을.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말없이. 요안나 콘세이요는 색이 바랜 종이와 기름종이 위에 연필로 꾹꾹 눌러 그린 풍경을 하염없이 보여준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한적한 시골과 공원에는 그림자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어두운 밤 풍경. 창마다 빛이 밝혀져 있다. 그 모든 곳을 우리는 천천히 지난다. 동시에 기다린다. 그 사이에 남자의 방 테이블 위 화분에서는 풀이 자라나고, 빈 그릇이 쌓였다 사라진다. 남자는 기다린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자란다. 

“어느 오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앞에 그가 잃어버린 영혼이 서 있었습니다. 영혼은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져 있었습니다. “드디어!” 영혼은 숨을 헐떡였습니다.” 이 순간에 울컥 눈물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오랜 길을 헤메어 드디어 도착한 존재이고, 그 오랜 시간을 말없이 기다린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남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내 마음과 몸이 만나 하나가 된 순간을 기다렸던 거구나. 알게 된다. 

흑백의 풍경은 초록으로 물들고 몸과 영혼이 만난 방은 생명으로 가득찬다. 꽃이 피어난다. 내가 멈추어 앉아서 명상을 할 때, 몸과 마음 구분 없는 하나의 전체로서 그곳에 있을 때 그곳에도 꽃이 피어나리라. 틱낫한의 말을 다시 한번 들어본다. “지혜를 통해 우리는 몸과 마음을 똑같은 현실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보살들도 몸과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붓다도 몸과 마음을 가졌습니다.” 붓다처럼, 이곳에 있는 섬세한 몸인 마음과 거친 마음인 몸을 살핀다. 이곳이 내가 있는 곳이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525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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