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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등장시켜 ‘존맛탱’ 외치는 롯데리아

  • 기자칼럼
  • 입력 2020.02.19 11:27
  • 수정 2020.02.24 10:39
  • 호수 1526
  • 댓글 9
롯데리아 미라클버거 유튜브 광고 캡쳐.
롯데리아 미라클버거 유튜브 광고 캡쳐.

채식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150만명으로 추산되며, 채식 중에서도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비건(began) 인구도 50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건강을 넘어 동물의 생명권과도 연관되면서 채식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변화된 트랜드를 반영해 식품 관련 기업들도 채식 관련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최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에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버거를 출시했다. 이 버거는 패티를 콩과 밀을 사용해 만들었고, 소스와 빵에도 달걀과 우유가 아닌 식물성 재료를 사용했다. 롯데리아 역시 동물성 원료를 일체 배제한 비건 음식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채식문화를 지향해온 불교계로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찰음식도 동물성 재료를 배제해 먹거리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재료를 준비하고 만들고 먹는 과정 전체를 수행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사찰음식은 ‘자연식’이자 ‘건강식’이며 ‘수행식’으로 불린다. 이러한 불교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듯 롯데리아에서도 새 버거 출시에 맞춰 진짜 스님을 모델로 한 광고를 기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롯데리아는 이 버거에 대해 숯불갈비양념 맛과 어니언의 풍미가 어우러진 한국적인 맛을 강조하면서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난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서 2월9일에는 유튜버로 활동 중인 개그맨들에게 승복을 입혀 ‘스님도 일어나게 하는 미라클버거’라는 제목의 유튜브 티저광고를 공개했다. 그런데 내용이 품격은커녕 몰상식에 가깝다. 스님 복장을 한 3명이 일반인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먹는다. 일반인들은 스님이 햄버거를 먹는다며 수군거리고, 스님은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는 쓰러졌다 일어나며 “존맛탱”을 외친다. 그리고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나는 기적’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스님도 일어나게 하는 기적의 신제품이 온다’는 자막이 나온다. 스님을 희화화하고 시종일관 경망스러운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고기를 못 먹어 안달 난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웃어넘기기 어렵다.

스님 모델 섭외에 실패한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22초 분량의 이 광고는 10여일 만에 21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광고 말이 돼냐. 완전 저질광고네” “노이즈마케팅의 수위를 훌쩍 넘겼다” 등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모델 제안을 거절한 봉은사 명상지도법사 도연 스님은 “짧은 시간에 제품을 각인시켜야 하는 광고 특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불제자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새로 광고를 제작하더라도 이미 노출된 광고는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출연을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불교의 음식문화에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의 자비가 담겨 있으며, 채식과도 상통한다. 이는 곧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악영향과 공장식 사육의 폐해를 비롯해 생명의 도구화 등 현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김현태 기자

그런데 롯데리아 광고는 스님을 등장시키고 채식 재료를 사용했다지만 정작 불교는 물론 채식에 담긴 최소한의 의미조차 담아내지 못했다. 광고 내용이야 어떻든 눈길을 끌고 많이 팔리면 된다는 식의 저급한 상업주의만 드러날 뿐이다. 2017년 이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업체들이 대체육으로 만든 채식 메뉴를 속속 내놓고 있다. 육식문화를 주도했던 패스트푸드업체들이 뒤늦게나마 채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롯데리아는 이제라도 채식에 걸맞은 광고를 제작해 ‘롯데리아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CSWyHI2M-18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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