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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무소유 실천 서원 울림 있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2.24 10:46
  • 호수 1526
  • 댓글 0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면서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북동 길상사 창건법회 때 전해진 법정 스님의 법문은 지금도 생생하다. 

1970년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예리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던 법정 스님. 박정희 정권이 자행한 제2의 인혁당 사건을 목도한 후 미련 없이 서울을 떠나 부도만 남아있던 불일암 터에 토굴을 짓고 수행의 길로 들어섰다. 1976년 첫 선을 보인 명저 ‘무소유’는 욕망과 집착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내리는 사자후였다. 법정 스님은 평소 무소유를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소유한다. 하지만 그 소유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에 얽매이는 일. 그러므로 많이 가지면 그만큼 많이 얽매이는 것이다.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

법정 스님을 친견하려는 인파가 밀려들자 17년 동안 정들었던 불일암을 버리고 떠난 후 화전민이 살았던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 들었다. 철저한 고독과 청빈한 삶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세상과 소통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데 용기를 내보라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추모법회는 스님의 생전 가르침과 같이 맑고 향기로웠다. “선택된 맑은 가난은 삶의 미덕이며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는 무소유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자고 서원했기 때문이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이 전한 메시지에 울림이 있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실천한다면, 우리 스스로 스님의 화신이자 분신이 된다면 스님이 살아계신 것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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