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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풀어 쓴 필적(筆跡)에서 송광사 역사를 보다

  • 불서
  • 입력 2020.02.24 11:03
  • 호수 1526
  • 댓글 0

‘송광사의 필적기행’ / 송광사성보박물관 엮음‧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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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의 필적기행’

조선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윤기는 스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둘러보고는 연화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선가의 기묘한 하고많은 이적들을/ 송광사의 스님들이 나에게 자랑하며/ 능견난사 그릇은 신이 만든 것이요/ 부처의 어금니는 보배로 전한다네/ 작은 감실 불상들은 털사자를 걸터타고/ 금란가사 못지않은 두 짝의 목욕신과/ 보조국사 남기신 사리도 남아있어/ 이 날은 연화세계 앉아있다 말하네”라고 전했다. ‘능견난사’ ‘부처님 치아사리’ ‘목조삼존불감’ ‘보조국사 금란가사’ 등의 성보가 송광사에 큰 자랑으로 전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선인들의 시문은 단순히 당시 작가의 감회나 풍경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이처럼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시판(詩板)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송광사의 옛 모습을 후세에 생생히 전해주는 귀중한 유물이 되고 있다. 

송광사성보박물관이 앞서 살아갔던 선인들의 마음이 알알이 새겨진 시판과 현판, 주련, 금석문 등 글자로 남겨진 송광사를 소개하는 ‘송광사(松廣寺)의 필적기행(筆跡紀行)’을 펴냈다. 책은 경내 곳곳의 바위에 새겨진 인명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옛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글자를 오늘날 현대인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이자전심(以字傳心)인 셈이다. 특히 한자를 한글로 풀어 누구나 그 뜻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송광사의 옛 모습을 그려볼 수 있고, 글자에 담긴 의미까지 알게 했다.

송광사의 역사와 수행가풍을 담은 모든 필적을 한글로 번역한 ‘필적기행’이 출간됐다. 1752년에 쓴 ‘대승선종 조계산 송광사’ 현판.
송광사의 역사와 수행가풍을 담은 모든 필적을 한글로 번역한 ‘필적기행’이 출간됐다. 1752년에 쓴 ‘대승선종 조계산 송광사’ 현판.

그렇게 마주한 ‘송광사의 필적기행’에서는 선인들이 남긴 시를 새겨놓은 시판, 송광사 산문부터 일주문까지 남아 있는 현판과 금석문을 비롯해 우화각‧사천왕문‧대웅보전‧영산전‧설법전‧국사전 등 경내 주요 전각에서 볼 수 있는 현판과 주련의 내용, 그리고 부도암‧감로암‧천자암‧불일암 등 산내 암자에 남아 있는 현판 및 주련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조선후기 좌의정을 역임한 연천 홍석주가 1828년 지은 ‘연천옹유산록(淵泉翁遊山錄)’, 1938년 염재 송태회가 지은 ‘송광사 내외팔경’ 시판, 1903년 연안 이순익이 쓴 ‘성수전상량문(聖壽殿上樑文)’과 보물 제1914호 ‘천지명양수륙잡문’ 목판, 보물 제1909호 ‘대방광불화엄경소’ 목판 등이 대표적이다.

송광사에 존재하는 모든 필적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관련 인물까지 조명한 책에 실린 각각의 시판, 현판, 주련, 금석문 등에서 송광사의 옛 풍광은 물론 파란만장했던 역사와 수행가풍, 그리고 선지식들의 향취까지 느낄 수 있다. 3만원. 061)755-0407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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