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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과 선학원, 왜 한뿌리인가] 5. 자민 스님 인터뷰(끝)

  • 특별기획
  • 입력 2020.02.24 11:17
  • 수정 2020.02.24 18:09
  • 호수 1526
  • 댓글 5

“선학원, 존재 이유가 뭔가?…견제장치 없는 독주이사회 정신 차려야”

과거 이사회는 창권주 권한 승계 관여 안해…원력·문중 등 존중
전국분원장회의도 사라져…“이사회 개혁없이 선학원 미래 없어” 
“조계종·선학원 둘 아냐…창건주·분원장 스님들 위해 일해야” 

선학원미래포럼 회장 자민 스님.  
선학원미래포럼 회장 자민 스님.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재단법인 선학원의 감사와 이사로 30여년을 보냈다. 소임을 내려놓고 15년이 지난 지금은 선학원의 상황을 우려하며 정상화를 향한 무거운 짐을 기꺼이 떠안았다. 조계종이 통합종단으로 거듭난 후 불안정하던 1970년대, 월산 스님 권유로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했고, 현재까지 무려 50년 가까운 세월을 선학원 창건주로 살아오고 있다. 선학원 미래포럼을 이끌고 있는 회장 자민 스님 이야기다. 
지난 반세기 선학원 역사를 관통해 온 자민 스님에게 선학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었다. 스님은 여든이 넘은 세납이 무색할 만큼 형형한 눈빛과 화통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견해를 풀어냈고,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가량 진행됐다. 핵심은 하나로 귀결됐다. 조계종과 선학원은 둘이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설립취지에 역행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일갈이다. 편집자

“사고사찰? 그게 대체 뭐야. 무슨 엄청난 사고이기에 그 어려운 시기 원력 하나로 사찰을 일궈낸 창건주들이 그 권한을 상좌와 사제들에게 승계하지 못하고 원력도 인정받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재단 공사찰로 ‘절을 빼앗기는지’ 도대체가 황당할 뿐이지. 애초부터 선학원은 창건주 권한 승계 자체에 이사회가 개입할 여지도 없었고, 개입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어. 삼보정재 보호를 위해 사찰을 등록한 스님들의 원력과 문중을 존중했기 때문이야. 지금처럼 사고사찰이라는 단어 자체도 없었을 뿐더러,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이사회가 개입해서 관리하는 경우가 희귀했어요. 당연히 이사회가 분원의 창건주 권한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도 없었지.”

선학원의 상황을 묻는 첫 질문부터 선학원미래포럼 회장 자민 스님은 날 선 비판을 내놨다. 특히 ‘사고사찰’이야말로 이사회가 재단법인이라는 특성을 악용해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낸 황당한 ‘장난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자민 스님은 이사회가 “자기들끼리 규정을 뜯어고치더니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분원을 사고사찰로 지정하고 창건주 권한을 박탈, 공사찰로 전환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불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A사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원 창건주 ㄱ스님은 자민 스님보다도 먼저 재단법인 선학원의 이사로 활동했던, 비구니 문중의 큰 스님이다. 그러나 지난해 사고사찰로 지정되면서 “풍비박산”이 났다. 이유는 ㄱ스님의 상좌이자 창건주 권한을 승계한 ㄴ스님이 A사찰을 전통사찰로 승격시키기 위한 추천서에 재단법인의 직인을 위조 날인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당시 원창건주 ㄱ스님이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활동에 뜻을 함께하는 등 선학원 이사회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고, ㄴ스님은 이로 인해 전통사찰 지정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재단의 행정적 협조가 어려울 것으로 짐작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ㄴ스님은 ‘창건주 포기 각서’와 ‘분원장 사직서’를 이사회에 제출했고 A사찰은 사고사찰로 전락했으며 선학원은 ㄴ스님을 고소했다.

“잘못이지. 명백한 개인의 잘못이예요. 그러니 잘못을 저지른 ㄴ스님에 대해 응당한 절차를 밟으면 돼. 그런데 법진 이사장과 이사회는 개인의 잘못을 빌미로 원 창건주와 분원까지 문제 삼은거야. 사고사찰로 지정하고 무슨 공개처형처럼 90세 넘은 노스님이 고개 숙이는 모습까지 다 공개했더라고. 애초 선학원은 설립조사와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의 원력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이사회는 이를 존중해 왔는데 이게 도대체가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그걸 보는데 가슴이 턱 막혀오더라고.”

원 창건주가 후임을 지정하지 않고 갑자기 입적한 경우, 사찰을 계승할 문중이나 도제가 있음에도 공사찰로 전환한 사례도 언급했다. 보통 이런 경우 문중에서 해결하도독 하는 것이 당연한 관례로, 이사회가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사찰 불사를 일궈낸 창건주에 대한 존중이자, 절집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문화였기 대문이다. 

그런데 대구의 C선원의 경우 창건주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이후 공사찰로 전환됐다. 당시 C선원 불사를 함께 했던 사제 등이 이를 승계할 수 있도록 당시 문중의 큰스님이었던 서옹 스님이 친필 문서까지 보냈지만,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C선원은 창건주 명맥이 끊어진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근래 C선원 인근에 위치한 D선원이 재개발로 매각되면서, 이사회 결정으로 D선원의 창건주가 C선원의 창건주가 됐다. 공사찰이 사사찰로 바뀌는 “희귀한 일”이 발생한 셈이다. D선원의 매각대금은 재단법인 선학원의 복지사업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학원 이사회에 몸 담았던 기억으로도, 선학원 공사찰이 사사찰로 바뀌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것 같아. 선원 하나가 그냥 없어졌다고 봐야지. C선원 창건주의 원력이 허공으로 사라진거야. 애초 계승할 문중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참 황망한 일이예요. 돌이키보면 C선원이 처음 공찰이 될 때 나도 이사였어.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넘겼던 그 책임이 참 무겁게 다가와요.”

자민 스님은 현재의 선학원 이사회가 “견제 장치 없는 독주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깊이 우려했다. 

과거에는 이사회의 권한이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고, 매년 최소 한번은 ‘전국분원장회의’가 열렸다. 전국 분원 스님들이 모두 모여 선학원 운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는 소통의 자리였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평의원회가 있었다. 재단법인으로서 의사결정권한은 이사회에 있지만,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한 스님들의 의견을 모으고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평의원회는 1965년 이후 사라졌고, 전국분원장회의도 법진 이사장이 실권을 강화하면서 부지불식간 명맥이 끊겼다. 

자민 스님이 “예전의 이사회는 분원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소한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의 이사회는 권한이 압도적으로 커진 반면 견제 장치는 전혀 없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스님은 “심지어 이사회가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르고 법과 규정을 어떻게 바꿨는지도 알 길이 없을 정도로 폐쇄적”이라며 “전국분원장회의가 예전처럼 열렸다면 이사회가 분원관리규정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법진 이사장의 성범죄 문제를 묵인한 것에 대해서도 아주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견제장치 없는 이사회의 독단적·파행적 운영이 계속되는 한 선학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뼈 아픈 지적이다. 

조계종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깊은 한숨부터 내뱉었다. 

“선학원과 조계종이 둘이 아닌데, 참 안타까운 일이야. 지금 이대로는 안돼요.” 

1970년대, 선학원은 혼란했던 조계종과 달리 종단 큰스님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때문에 이 시기 사찰 불사를 한 조계종 스님들, 특히 비구·대처 혼란기를 겪은 종단 상황에서 특히나 불안감을 느꼈던 비구니스님들이 대거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했다. 

자민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월산 스님의 권유로 천안 연대선원 불사를 마치자마자 선학원에 등록했다. 스님은 “실제 1970~1980년대는 개인 원력으로 사찰 불사를 해도 종단이 워낙 불안정해 같은 조계종이면서 상대적으로 국가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재단법인 선학원이 더 안정적으로 삼보정재를 보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당시 이사회를 열 때마다 사찰 등록과 관련한 안건이 상정될 정도로 분원 등록이 잦았다”고 회상했다. 

“이제 세월이 한참 지나서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조계종이 있는데 왜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했냐’고 하는데 참으로 어리석은 소리지. 그때 상황이 그랬어. 개인의 이익 보장이 아니라 삼보정재를 지키고자 하는 청정한 원력을 가진 스님들이 오히려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지. 종단 큰스님들이 딱 버티고 계시는 데다가, 나라에서 재산권을 보호해 준다니까. 그런데 큰스님들이 다 떠나시고 이사회가 이 지경이 될 줄 짐작이나 했겠어?”

자민 스님은 “원래 선학원 이사회는 사찰을 등록한 창건주 스님들로 구성됐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도 저도 아닌 공사찰 주지들이 감사나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이사장이 임명권을 가지는 공사찰 주지는 사실상 이사장 ‘꼬붕’이나 다름 없는데 감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진 이사장은 석산 스님에게 건당하면서 창건주 권한을 물려받고 이사가 됐어. 그런 자가 개인 원력으로 손수 사찰을 일궈 재단에 등록한 창건주 스님들에게 창건주 권한 박탈 운운하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야?”

선학원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스님은 “조계종과 선학원 이사회 틈바구니에서 상처받고 불안했던 심정은 충분히 안다”며 “그러나 바르지 않은 길을 보면서도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다 보면 언젠가 그 일이 내게도 닥칠 수 있고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타산지석(他山之石)임을 왜 모를까. ‘장님이 보따리를 지키려고 입구만 꽉 쥐고 있는 꼴’이지. 그런데 보따리 끝에 칼집이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조계종을 향한 쓴소리도 거침없었다. 스님은 “선학원과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종단이 도제 교육 및 선거권 박탈 등 강경책들을 시도했지만, 결국 선학원 임원진에 대한 압박을 넘어서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선학원과의 관계도 개선되지 못했고 오히려 법진 이사장 등이 종단과 창건주·분원장 사이를 이간질하는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 법인관리법 갈등으로 종단에 제적원을 제출한 법진 이사장 등 이사회 주요 임원진을 멸빈한 것도 “경솔했다”고 경책했다. 스님은 “어떤 상황에서든 종단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지, 섣부르게 체탈도첩시켜서 이후 감당은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며 “선학원 문제는 이사회 등 임원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한 조계종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의 상황을 헤아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학원과 조계종은 둘이 아니야. 과거 스님들이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한 것도 선학원이 조계종이라는 당연한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지.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경책보다, 왜 이 스님들이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했었는지, 지금은 왜 침묵하거나 방관하고 있는지, 그 역사적 흐름과 과정을 좀 더 살폈어야 했어.”

자민 스님은 선학원을 정상화하는 길이 험난하리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하나예요. 선학원을 일군 설립조사 스님들, 역사를 만들어 온 큰스님들의 뜻을 다시 살려 선학원이 예전처럼 불교발전의 주역으로서 종단 발전의 굳건한 토대가 되는 것. 그래서 원력으로 일군 사찰, 삼보정재를 선학원에 등록한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이 더 이상 맘 졸이거나 불편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종도로서 어깨펴고 당당할 수 있어야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닌가?”

경주=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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