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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용석 대표-코로나19와 기후비상사태-상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0.02.24 14:28
  • 수정 2020.05.20 13:39
  • 호수 1526
  • 댓글 0

‘공장식 축산’이 전염병 원천

현 상황 러시안룰렛게임과 유사
인식전환 없으면 대멸종 불가피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코로나19 사태가 주는 교훈’이라는 기고를 보내왔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

러시안룰렛은 과거 제정 러시아 때 귀족들 사이서 유행하던 죽음의 게임으로 권총에 총알을 한두 개 넣고 번갈아 가며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살아남고 총알이 들어있는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죽는다. 언제 총알이 발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 창궐과 기후비상사태에 처해있는 인류의 현 상황이 마치 이 러시안룰렛게임과 흡사하다. 제때에 근본적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행동하지 못하면 지구 역사의 6번째 대멸종을 야기하는 격발의 순간을 피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먼저 무기와 금속, 병균이 인류의 문명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통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점액종 바이러스와 매독 등을 사례로 들면 매독은 느리게 진행되는 질병으로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사람이 죽기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하지만 매독은 유럽에서 15세기 말 환자들을 수개월 새 죽음에 이르게 했고 지금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병으로 진화됐다. 피해자를 더 오래 살려두는 방향으로 진화함으로써 더 많은 피해자들에게 바이러스 자신의 후손을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면 자신들도 생존할 수 없기에 숙주사망률(치사율)을 낮게 하는 대신 더 많이 전파하고 생존할 수 있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성기가 헐거나 설사 기침 등등이 질병의 증상이라면 병원균의 관점에선 병원균을 퍼뜨리기 위한 영리한 진화적 전략이다. 병원균은 신종으로 부단히 거듭나며 사람의 면역체계를 압도하려고 한다. 지금도 새로운 생존 및 번식 방법을 진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사망한 사람은 매년 65만명에 달하는 독감(인플루엔자) 사망자에 훨씬 못 미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이 바이러스가 훨씬 위험한 쪽으로 진화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다.

둘째, 코로나19의 감염원은 우한의 화난 수산물 시장의 야생동물 박쥐로 알려졌지만 멸종위기에 있는 포유류 천산갑이 중간 숙주가 돼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한다. 사실 인류가 겪는 다수의 질병들은 동물 질병서 진화한 전염병들이다. 가축을 먹고 가까이 할수록 인류가 숙주 될 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인류 근대사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홍역 결핵은 소의 산물이고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는 돼지, 말라리아 등은 조류의 산물이다. 특히 유라시아의 가축화로 인해 생겨난 병원균은 역사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예컨대 각각 인구가 2000만 명이 넘었던 아즈텍이나 잉카 문명, 미시시피강 유역의 아메리카 원주민 문명들은 천연두나 병원균을 앞세운 유럽 열강들에 인구의 95%를 잃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정복당했다. 유럽인들과는 달리 병원균에 대한 면역성과 유전적 저항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북 아메리카에서는 칠면조 라마 개 등 단 5종의 동물밖에 가축화되지 못한 관계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살인적인 주요 질병은 한 종도 없었다. 동물들의 가축화는 대부분 유라시아에서만 운 좋게 성공했고 이러한 환경적 차이가 유럽이 발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고용석

병원균은 인류사에서 인간을 죽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일 뿐 아니라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상수로 존재할 것이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시기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오늘날 공장식 축산은 인수공통 질병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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