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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숙주

기자명 성원 스님

서로 편의 제공하는 생명체 보며
현재 허약한 상태인 불교 떠올라
자신도 불교 역병 아닌지 살펴야

가히 세기말적 상황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경각심이 더해만 가고 있다.

균과 인류와의 싸움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누군가는 하루 자살자가 40여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은 것을 빗대어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이런 비교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놀란 마음을 쉬이 진정시키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류 전체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유전자 속에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집단적 사망은 수차례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중세 흑사병은 최고 2억명을 희생시켰다고도 한다. 한 무리의 스페인 군인들이 남미대륙에 발을 디디면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인디오들은 사실 스페인 군대의 총과 대포가 아니라 새로운 균이 퍼지면서 거대한 대륙의 용맹했던 마야 병사들은 제대로 힘 한번 쓰지도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스페인 병사들은 남미대륙을 정복했지만, 그들도 500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 앞에서는 무능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바이러스의 출몰이 너무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새로운 종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감염되면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그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를 숙주 삼아 기생한다. 대부분 그 숙주와 안정된 기생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또 다른 숙주로 전염되면 그 숙주의 생명까지 위협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신이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숙주가 온전해야 하는데 죽음으로 몰아 결국 자신도 소멸해 버리니 말이다. 

코로나도 박쥐와는 아주 좋은 공생의 삶을 유지한다고 한다. 어쩌면 인간이란 생명체에 잘못 발을 내디딘 코로나도 부적응으로 몹시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우리는 함께 살면서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남을 탓하며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너로 인해 내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달리 보면 나로 인해 네가 불편한 것이다. 서로가 불편으로 대립각을 세우다 보면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바이러스와 숙주가 되어 편의를 제공하는 생명체들의 관계를 보면서 지금 우리 불교계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사자를 죽게 하는 것은 외부의 맹수가 아니라 사자 몸에서 자라는 사자충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숙주 생명체가 죽게 되고 결국 바이러스 자신도 생존을 마감하게 되는 씁쓰레한 현상에 직면하면서 지금 불교가 사자충 같은 바이러스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마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힘겨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원 스님

우리의 생명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몰고 가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현상을 보면서 우리 불교도 바이러스에 너무 쉽게 병들어가는 허약한 상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그리고 우리들은 자기 자신이 불교의 역병 같은 바이러스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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