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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게으른 자의 변명

기자명 마성 스님

“춥고 더워서, 이르거나 늦어서 일을 할 수 없네”

게으른 자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이유와 핑계 대면서 변명해
부처님은 나약하고 게으른 인간의 속성 보신 뒤 지혜의 법문
수행자 깨달음이든 그 무엇이든 꾸준한 노력없인 성취 못해

부처님께서는 수행에 있어서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성도를 완성하셨다. 사진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완성하신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대탑.
부처님께서는 수행에 있어서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성도를 완성하셨다. 사진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완성하신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대탑.

붓다시대에 다난자니(Dhānañjāni)라는 바라문이 라자가하에 살고 있었다. 그때 사리뿟따 존자는 어떤 비구로부터 다난자니 바라문이 왕을 빙자하여 바라문 장자들을 수탈하고 장자들을 빙자하여 왕을 수탈하고, 좋은 가문에서 시집온 그의 아내는 죽었고 다른 가문 출신인 새 아내를 맞이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사리뿟따 존자가 다난자니 바라문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다.

“다난자니여, 그대는 방일하지 않습니까?”
“사리뿟따 존자시여, 어찌 저희들이 방일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처자를 부양해야 하고, 하인과 일꾼들을 거두어야 하고, 친구와 동료들에게 친구와 동료에 대한 도의를 지켜야 하고, 일가친척들에게 일가친척에 대한 도의를 지켜야 하고, 손님들에게 손님에 대한 도의를 지켜야 하고, 조상들에게는 조상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고, 신들에게는 신에 대한 도의를 지켜야 하고, 왕에게는 왕에 대한 도리를 다해야 합니다. 이 몸도 원기를 돋우어주고 잘 먹여줘야 합니다.”
“다난자니여, 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기 어떤 사람이 부모 때문에 비법(非法, 나쁜 행위)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면,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한 이유로 지옥지기가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그가 ‘나는 부모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했으니 지옥지기는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지 마시오.’라고 하는 것이 통하겠습니까? 혹은 그의 부모가 ‘이 사람은 우리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했으니 지옥지기는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가지 마시오.’라고 하는 것이 통하겠습니까?”
“사리뿟따 존자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그가 울부짖더라도 지옥지기는 그를 지옥으로 던져버릴 것입니다.”
“다난자니여, 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기 어떤 사람이 처자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면,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한 이유로 지옥지기가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그가 ‘나는 처자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했으니 지옥지기는 저를 지옥으로 끌고 가지 마시오’라고 하는 것이 통하겠습니까?”
“사리뿟따 존자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그가 울부짖더라도 지옥지기는 그를 지옥으로 던져 버릴 것입니다. 또 하인들 때문에 … 친구와 동료들 때문에 … 일가친척들 때문에 … 손님들 때문에 … 조상들 때문에 … 신들 때문에 … 왕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면, 그 이유로 지옥지기가 그를 지옥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이어서 사리뿟따 존자는 다난자니 바라문에게 그 반대일 경우에 대해 물었다.

“다난자니여, 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모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는 자와 부모 때문에 법을 따르고 바르게 행하는 자 중에서 어떤 자가 더 낫습니까?”

“사리뿟따 존자시여, 부모 때문에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는 자는 더 나은 자가 아닙니다. 사리뿟따 존자시여, 부모 때문에 법을 따르고 바르게 행하는 자가 더 낫습니다.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는 자보다 법을 따르고 바르게 행하는 자가 더 낫습니다.”

다난자니 바라문은 자신이 비법을 행하고 잘못을 행한 것은 부모·하인·친구·친척·손님·조상·신·왕 때문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자 사리뿟따 존자는 그 반대로 부모·하인·친구·친척·손님·조상·신·왕 때문에 법을 따르고 바르게 행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난자니 바라문은 사리뿟따 존자의 가르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어떤 핑곗거리를 만들어낸다. 사리뿟따 존자는 그 핑계를 반대로 활용하여 비법이 아닌 여법(如法, dhammika), 즉 법답게 실천하라고 충고했다. 이 대화는 ‘다난자니 숫따’(MN97)에 나오는 법담이다.

이 경의 내용과는 약간 다른 경우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경우에도 갖가지 핑계를 늘어놓는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는 자신에게는 위안이 될지 모르나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붓다는 ‘싱갈로와다 숫따(Siṅgalovāda -sutta)’(DN31)에서 ‘게으른 자의 여섯 가지 위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장자의 아들이여, 게으름에 빠진 자에게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너무 춥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덥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이르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늦었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배고프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배부르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그가 이와 같이 해야 할 일에 대한 핑계를 많이 가지고 사는 동안 아직 벌지 못한 재산은 벌지 못하며 번 재산은 다 써 버리게 된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것이 게으름에 빠진 자의 여섯 가지 위험이다.”(DN.Ⅲ, p.184)

요컨대 게으른 자는 너무 추워서, 너무 더워서, 너무 이르러서, 너무 늦어서, 너무 배고파서, 너무 배불러서 일하지 못했다고 변명한다. 일 대신에 수행이나 공부를 대입해도 그대로 적용된다. 붓다는 게으르고 나약한 인간들의 속성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를 강의해왔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대부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만다. 그들의 한결같은 핑계는 다란자니 바라문이 사리뿟따 존자에게 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수행이든 학문이든 어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 노력하지 않고 어떤 경지에 이르겠다고 하거나 명성을 얻겠다고 하는 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만일 노력하지 않고 일이 쉽게 이루어진다면 인과법(因果法)이 거짓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씨앗(因)을 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실(果)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자는 어떠한 성과도 거둘 수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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