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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원망을 품은 자들을 교화하다

“붓다는 분노를 교화방편으로 활용”

붓다에 원망 품었던 악꼬사까 
온갖 욕과 비난으로 모욕하자
붓다 욕으로써 대항하지 않고
진정한 승리자 주제로 설법해

붓다의 교화행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붓다는 아주 짧은 시간에 북인도 사상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그리고 사회의 지도층들이 앞 다투어 붓다의 제자가 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 중에는 바라문 계급 출신으로 붓다의 제자가 된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붓다에게 원망을 품은 자들도 적지 않았다. 세상은 욕망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아무리 위대한 성인이라고 할지라도 때로는 비난을 받거나 험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은 성인의 가르침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인으로 인해 자신의 욕망이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 때문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이러한 가르침이 나온다.

“아뚤라여, 이것은 예로부터 있던 것이지 이것이 단지 오늘의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조용히 앉아 있는 이를 비난하고, 많이 말하는 이를 비난하며, 적당히 말하는 이도 또한 비난한다. 세상에 비난받지 않을 이는 없다.”(Dhp. 227게송)

조용히 앉아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을 많이 해도, 적당히 말을 해도 비난한다는 것은, 이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상대는 이미 비난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이유도 없고, 논리도 없다. 그저 상대가 싫은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질투 때문이거나 자신의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혀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사람에게 붓다는 어떻게 했을까. ‘상윳따 니까야’에는 ‘악꼬사까 바라드와자’라는 바라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악꼬사까(Akkosaka)란 ‘욕쟁이’란 의미이다. 자신이 속한 가문의 바라문이 붓다의 출가제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붓다에게 원망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붓다가 라자가하(왕사성)에 머물고 계실 때, 붓다를 찾아가 온갖 욕설로 비난하고 모욕하였다. 그런 악꼬사까에게 붓다는 아무런 대꾸 없이 가만히 듣고 있었다. 욕설을 마음껏 하던 그가 잠시 머뭇거리자,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붓다 : 그대에게도 친구나 동료 또는 친지나 손님이 옵니까? 
악꼬사까 : 그렇다.
붓다 : 그럼 그대는 그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제공합니까?
악꼬사까 : 제공한다.
붓다 : 만약 그들이 그것에 손을 대지 않고 간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입까?
악꼬사까 : 그 음식들은 나의 것이 된다.
붓다 : 그처럼 그대의 욕설과 비난과 모욕을 나는 받지 않겠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화를 내고 욕설을 한다면 그것은 함께 즐기고 서로 교환하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와 그것을 함께 즐기고 교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것은 그대의 것입니다.(SN.I, p.162)”

붓다는 욕설하는 상대에게 욕설로 응대하고,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그 욕과 비난을 기꺼이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욕설과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거기에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붓다에게 악꼬사까는 사람들이 붓다를 거룩한 분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붓다는 “분노하는 자에게 다시 분노하는 자는 더욱 악한 자가 될 뿐 분노하는 자에게 더 이상 화내지 않는 것은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네”라는 가르침으로 악꼬사까를 가르친다. 그러자 악꼬사까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각을 하고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를 알고는 붓다에게 출가를 간청하고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된다. 

악꼬사까 이외에도 붓다를 비난하며 모욕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감정을 쓰는 일이다. 감정은 사실의 반영이 아니라 왜곡이다. 그래서 붓다는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다만 세상이 나와 싸울 뿐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러니 붓다는 사실을 말하는 분이고 중생은 왜곡된 감정의 노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붓다는 분노마저도 교화의 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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