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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포교’와 기독교 저의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2.28 21:09
  • 수정 2020.03.02 10:22
  • 호수 1527
  • 댓글 40

신천지 ‘선교’ ‘성도’ 사용함에도
기독교언론 ‘포교’ ‘신자’로 지칭
기독교계, 불교 폄훼 의도 담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관련 뉴스도 쏟아진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라는 오명과 더불어 신천지가 연일 포털사이트 순위에 오르내린다. 2월18일 신천지 교인 확진자가 대구 교회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많은 신천지 교인들 감염이 밝혀지면서 코로나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신천지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가장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종교로 꼽힌다. 조계종은 2월20일, 23일, 두 차례의 긴급지침을 통해 전국 사찰에 법회, 성지순례, 모임 등을 취소할 것을 시달했다. 많은 교구본사들도 재정난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산문폐쇄를 단행했다. 조계종, 태고종 등 종단 차원은 물론 많은 사찰에서 성금과 마스크 등 물품전달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이 ‘3·1절 국민대회’에 2000만명이 모이라는 황당한 동원령을 내렸던 것이나 대형교회들이 일요예배를 고집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그런데 코로나19 뉴스를 지켜보는 불교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신천지를 다루며 ‘포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가 수천 개를 넘어서자 조계종 홍보국에서 종단 출입기자단에 포교 용어를 쓰지 말 것을 요청하는 메일을 발송했다.

홍보국이 지적했듯 ‘포교(布敎)’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이라는 의미로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더욱이 조계종은 총무원, 교육원과 포교원이라는 중앙행정기관이 있고, 재가지도자를 양성하는 포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신천지 선교활동이 포교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반복될수록 포교는 물론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신천지는 스스로 포교라는 말을 사용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신천지는 1984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신흥 기독교 교단이다. 신천지(新天地)라는 이름도 ‘새 하늘 새 땅’의 약자로 기독교 성서에 기반하고 있다. 신천지 내에 ‘오직 성경의 말씀만을 전하는 신학 교육기관’이라는 시온기독교선교센터도 존재한다.

그런데 어쩌다 ‘포교’가 신천지 선교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을까. 조계종 홍보국의 지적처럼 신천지는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고, 기독교계는 신천지 활동을 선교가 아닌 포교를 사용함으로써 이단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여기에는 신천지뿐만 아니라 불교 또한 이단으로 폄훼하려는 기독교계의 저열한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네이버뉴스 검색에 따르면 신천지의 선교를 포교로 처음 사용한 것은 국민일보다. 2004년부터 신천지를 비판하며 포교를 지속적으로 쓰기 시작해 나중에는 노컷뉴스, 크리스천투데이 등 기독교 언론에서 공식화했다. 그러자 일반 언론에서도 비판의식 없이 신천지의 선교를 포교로 쓰기에 이르렀다. 신천지는 스스로 ‘교인’ ‘성도’라고 부르지만 언론에서는 불교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도’ ‘신자’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일보를 창간한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가 1983년부터 1994년까지 기존 교단으로부터 사이비로 규정됐었음을 떠올리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기독교계 독선은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성탄절’ ‘성경’ ‘교인’ ‘성가’ ‘복음’ 등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어느 종교에든 종조나 교주의 성스러운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그분의 가르침을 담은 ‘성경’, 교리를 따르는 ‘교인’이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계는 그렇더라도 일반 언론까지 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최근엔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을 지칭하는 ‘주일’이란 말이 일간지와 방송 제목으로도 버젓이 내걸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종교계, 언론계, 정관계 등 모두에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신천지를 포함한 기독교계는 통렬한 자숙과 더불어 최소한의 예의부터 배울 일이다.

mitra@beopbo.com

[1527호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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