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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폐쇄 용단 시의적절했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3.02 10:24
  • 호수 1527
  • 댓글 0

교구본사들, 기도객·사하촌 자영업자
경제적 상황도 외면하기 어려웠을 터
절문 닫는 고통 크지만 생명중시 무게
사찰들의 ‘내 안전’ 위한 기도 기억하길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최초 발생 39일 만에 2000명을 넘어섰다. 2월28일 오후 6시 기준으로 30000여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진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210), 이탈리아(650), 이란(141)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스페인, 인도, 네팔, 러시아, 호주, 알제리에서도 확진환자가 나왔다. 지구촌 전 대륙에 걸쳐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상황은 아니지만 근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2009년 유행한 신종 플루보다 치명률이 높다는 점에서 ‘세계적 대유행’ 우려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이 없다는 점도 심리적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절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광둥(廣東)성에서 32만개 이상의 샘플을 검사했지만 단지 0.14%만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이것은 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또한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특성을 분석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아직까지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독성을 갖거나 검사에서 놓치게 될 우려가 거의 없다는 뜻임과 동시에 코로나19 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에서 알 수 있었듯이 신종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빠르다. 각각의 바이러스 특성에 따른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통수단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정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전염병이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까지 전파될 정도다. 국내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빠른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는 비말(침방울) 및 호흡기 분비물(콧물, 가래 등)과의 접촉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 재채기를 했을 때 공기 중으로 퍼진 비말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코·입 등을 만질 때 점막을 통해 침투해 전염된다고 한다. 대중이 모이는 공간에 자주 노출될수록 전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작금의 정황에 비춰볼 때 조계종의 ‘산문폐쇄’ 용단은 시의적절했다.

조계종 교구본사 중 가장먼저 산문폐쇄를 단행한 곳은 법보종찰 해인사였다. 큰절을 비롯한 산내 암자 및 부속기관 등에서 봉행하는 법회를 전면 취소했다. 대중운집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인데 결단을 내리기까지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불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팔만대장경을 품은 산사를 보고 싶어 바다를 건너 온 관람객도 많았을 것이다. 절문을 닫음으로써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하촌 자영업자들도 눈앞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산문폐쇄’라는 결정을 내려야 했던 건 생명존엄의 가치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금정총림 범어사도 대중법회를 취소하고 등산객 및 관광객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했는데 이 역시 산문폐쇄의 다름 아니다. 영축총림 통도사도 대중법석을 영상법회로 대처함과 동시에 법회차량 운행도 멈췄다. 급기야 2월23일 조계종 총무원은 산문폐쇄 검토를 뼈대로 한 ‘코로나19 관련 대한불교조계종 전국 사찰 긴급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조석 예불 등 기도 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의 조속한 쾌차와 국민들의 심신 안정과 회복을 위한 축원을 시행한다.’ 

전염 속도보다 우려되는 것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공포감이다. ‘나도 확진환자와 접촉한 건 아닌가?’ ‘양성 반응 나오면 죽음에 이르는 것인가?’ ‘이 사태는 언제 끝나는가?’ 등의 의문이 불거져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공포감을 일으킨다.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감염은 주기와 종식기가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당국이 전하는 정확한 정보에 귀 기울이며 모두가 지켜야 할 수칙을 성실히 실천해야 한다. 전국의 사찰이 ‘나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기억하며 심신을 안정시켜야 한다.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첫 걸음이다.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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