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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을 위한 보현행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모두 다 저에게로 오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2월14일 조계총림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이 부산 당리동 관음사에서 ‘율맥 전수법회’를 봉행할 당시 밝힌 기도문이다.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모든 바이러스가 자신에게 오기를 바란다는 스님의 파격적인 발원은 동참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관음사에는 ‘코로나19 상황 호전을 위한 특별 기도’ 현수막도 붙었다. 여기에는 법회 시간과 장소가 아닌, ‘아미타불,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 또는 사경’이라는 수행법이 적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가 대부분 취소됐다. 전국 사찰의 음력 2월 초하루 법회 역시 취소됐다. 외부적으로는 취소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스님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사찰마다 인파는 현격히 줄었지만 염불소리는 변함없이 컸던 이유였다. 법회 안내문 대신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문이 문자 메시지와 SNS를 통해 신도들에게 전해졌고, 불교계가 앞장서 행정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의료 지원에 힘을 보태는 사례도 이어졌다. 

건물을 소유한 재가불자와 몇몇 불교단체에서도 상가 임대료를 할인했다. 왕래가 급격히 줄어든 점포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였다. 전국의 의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나섰다는 소식도 있다. 사실상 목숨을 건 행보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과감한 선택이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병든 이에게는 어진 의사가 되고, 길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잡이가 되어주고, 어두운 밤중에는 광명이 되고,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을 얻게 하나니, 만약 보살이 능히 중생에게 수순하면 곧 모두 부처님에게 수순하며, 공양함이 되며, 만약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이 나게 하면, 곧 일체 여래로 하여금 환희하시게 함이니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적 프레임, 종교의 차이를 떠나 위기가 닥쳤을 때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례들이 바로 보현보살의 행원이 아닐까. 이들의 마음이 무량심(無量心)이며 실천이 곧 보살행이다.

이 모든 이들의 공덕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봄을 맞이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현 상황을 힘들어하기보다 주변을 살피고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비심을 갖고 행동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길에 불교도들이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 법회 취소로 인해 사찰에 가지 못한 불자들이 이 시기를 반조(返照)와 수행, 나눔의 계기로 삼는다는 소식, “산문폐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달려가 의료현장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스님들의 목소리도 감사하다.
 

주영미 기자

사부대중이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에 힘쓰며 보현보살의 행원을 실천할 때 환란을 벗어나 안녕의 땅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z001@beopbo.com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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