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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상대 배려하고 자비로써 안아주는 법

기자명 법장 스님

화해 청하는데 무작정 거부하면 불자 포기한 것

상대보다 늦거나 밀리는 것에 
시기하고 화내고 있나 살펴야
자비실천하는 것 쉽지 않으니
참회하고 화해하는 마음 내야

최근 우리 사회는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과 만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로 인해 서로 간의 이해가 줄어들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불처럼 타올라 다투는 경우가 빈번하다. 뉴스를 보아도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소송을 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주문한 물건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택배 기사님이나 해당 회사에 불만을 터트리고 식당에서도 자신의 차례가 다른 사람보다 밀리기라도 하면 큰 소리를 내며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어떤 것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나 우리는 이전보다 여유가 사라지고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악업의 기본은 화를 내는 것으로 본다. 화는 탐욕과 어리석음을 토대로 생기고 그로 인해 자신을 화의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어 버린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탐진치 삼독(三毒)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최고의 수행덕목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모든 악의 토대가 되기에 당연히 계율에서도 중죄가 된다. 

‘범망경’의 ‘제9 진심불수회계(瞋心不受悔戒)’에서는 “스스로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말며 상대가 참회를 하면 반드시 받아주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보살행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이다. 나와 남이 함께 이익 되고 그로 인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에게 화를 내고 게다가 그 사람이 자신에게 정중하게 화해를 청하는데 그것을 거부하는 행동은 스스로 불교인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 속에서 어떻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을 수 있고 수행자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유가사지론’에서도 “보살이 중생을 증오하고 질투한다면 자신과 타인을 이롭게 하는 수행을 할 수 없고 보살행을 닦을 수 없기에 중죄가 된다”고 한다. 불교인에게 있어서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의 수행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행동이다. 모든 경전에서는 일체중생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한다. 그리고 매일 기도를 하며 찾는 분이 관세음보살님이시다. 즉 사찰을 찾는 것은 자비를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자비는 입으로만 부르고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조금 힘들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바로 지금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비를 실천하고 지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살다보면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최근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사회와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며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범망경’에서는 어업(말), 신업(몸), 의업(마음)으로 구분하여 화를 내는 것을 설명한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나온 말과 방어적인 행동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기에 다소 가벼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서 화를 내거나, 상대에 대한 분노나 악한 마음을 갖고 의도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그 죄의 무게가 앞의 것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기에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일들에 대해서도 그것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에 악한 의도를 갖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한 화를 내었다고 하더라도 그 화의 원인을 빨리 삭히고 상대와 원만하게 화해하는 참회의 모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상대가 화해를 청해오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신중히 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 말과 행동 후의 자신을 반성하고 다른 사람들을 섭수하며 함께 나아가려는 모습을 갖는 것이야말로 자비를 실천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27 / 2020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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