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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 정신적 고향’ 천장사 지장암 복원된다

  • 교계
  • 입력 2020.03.10 12:32
  • 수정 2020.03.13 16:09
  • 호수 1529
  • 댓글 1

서산 천장사, 3월8일 지장암 상량
“선사 주석하며 정진했던 보림처”

3월8일 봉행된 천장사 지장암 상량식.
3월8일 봉행된 천장사 지장암 상량식.

서산 연암산 천장사가 3월8일 경허성우(鏡虛惺牛, 1849~1912) 선사의 정신적 고향이자 보림처인 지장암의 상량식을 봉행했다.

천장사 지장암은 경허 선사가 18년 동안 주석하면서 칼을 갈아 턱에 받치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수마(睡魔)를 물리칠 만큼 초인적인 수행력을 보였던 유서 깊은 도량이다. 지장암은 천장사에서 조금 떨어진 산모퉁이에 위치한 도량으로, 경허 선사는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지장암에 주석하면서 화두 참구와 참선 수행해 매진했다. 당시 지장암은 경허 선사가 한겨울 홀로 정진하면서도 지장암 토굴의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벽 사이에 커다란 틈이 생기고 찬바람이 그대로 들이칠 만큼 문창이 뒤틀린 고택이었다. 지장암의 복원 상량을 견인해 온 천장사 회주 옹산 스님은 지장암에 깃든 경허 선사의 수행에 관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허 선사께서는 한겨울 추위와 바람을 막기 위해 불장에 보관된 ‘화엄경’을 뜯어서 문도 바르고 벽도 바르는 등 도배했다고 합니다. 스님을 찾아간 제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항의합니다. '스님이 경전을 뜯어서 이렇게 도배장판을 하여도 됩니까?’라고 여쭙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태연한 자태로 ‘자네들도 이러한 경계에 이르렀다면 이렇게 한번 해 보게나’라며 평온하게 답했다고 합니다. 비지떡 같은 이들이 득실득실해도 선사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수행 정진하신 곳도 바로 이곳 지장암이었습니다.”

천장사 지장암 건립불사 현장.
천장사 지장암 건립불사 현장.

옹산 스님은 상량문에 “‘칼을 갈아 턱에 바치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무섭게 정진하신 경허 선사의 정진을 본받아 지장암을 복원함이로다’라는 발원의 내용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선사의 수행력을 제자들이 그대로 계승하고 실천하는 것이 복원 불사의 참의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천장사는 백제시대인 633년 창건된 오래된 전통사찰이다.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존경받는 경허 선사가 주석하며 정진한 도량으로, 최인호 작가의 소설인 ‘길 없는 길’의 무대로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마음에 각인됐다. 선사가 계룡산 동학사에서 화두를 깨친 뒤 머물렀던 보림처이기도 하며 만년에 다시 돌아와 가사(歌詞) 문학의 명작인 ‘참선곡(參禪曲)’을 집필한 장소도 바로 이곳이다.

선사는 척불(斥佛)과 일제의 왜색불교에 의해 조선불교의 쇄락은 그 바닥을 확인할 수 없을 지경이었던 조선 말, 전등의 불씨가 꺼질 듯 위태로웠던 참담한 시기에 일제와 왜색불교에 맞서 전법의 등불을 밝혔던 위대한 선지식이다. 경허 선사가 떠난 1904년 이후 100년 넘게 폐허와 같이 버려졌으나 회주 옹산 스님이 천장사 지장암의 불사를 일으켜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지사=강태희 지사장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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