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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명상과 뇌파

명상은 행복한 마음 세계로 인도한다

과학자들 뇌파로 마음변화 유추
세파타 발생시켜 실행능력 향상
즐거움·자유로움 등 변화 가져와

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는 전기적 활동으로서, 뇌에 자극이 오면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전기적 펄스를 낸다. 이러한 펄스를 모으면 특정한 형태를 띠게 되는데 이것을 기록한 것이 뇌파다. 뇌파는 수백만개의 뇌세포가 보여주는 활동이 합쳐진 파형으로 총 다섯 가지 유형이 있으며, 델타(δ), 세타(θ), 알파(α), 베타(β), 감마(γ) 순으로 주파수가 높아진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뇌파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고 본다.

흔히 세타파가 우세할 때 사람들은 깊은 통찰을 경험하기도 하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솟아나기도 하는데, 명상할 때 주로 이 뇌파가 출현한다. 세타파는 유쾌하고 이완된 기분과 극단적인 각성과도 관련이 있고, 동시에 어떤 일을 수행하겠다는 의도성과도 관련이 있다. 어려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가 깊은 통찰이나 직관적 깨달음으로 인해 과거로부터 지속돼 오던 정신적 또는 정서적 타성이 깨지면서 갑자기 해결책이 발견되는 순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하버드 의과대학의 하버트 벤슨 교수는 ‘브레이크아웃’이라 칭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뇌에서 발생하는 일산화질소라는 특정한 기체성 화학물질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명상은 세타파를 발생시켜 인지기능을 높여주는 것 외에도 신체적 실행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운동경기에서 대기록을 수립한 선수들은 경기 도중 명상과 비슷한 무념무상의 상태. 즉 고통, 피로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온갖 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오랜 기간 ‘대상 없는 자비명상’, 즉 공과 자비를 결합한 명상을 한 티베트 스님들의 뇌에서 뇌의 여러 부분에 흩어져 있는 단편적인 정보를 서로 통합해 인지하도록 하는 감마파가 감지되었으며, 좌측 전전두엽이 일반인보다 더 활성화된 것이 확인되었다. 위스콘신대학 리차드 데이비드슨 교수와 연구진은 1만 시간에서 5만 시간 동안 ‘대상 없는 자비명상’을 한 티베트 스님들과 이제 막 일주일 수행한 초보자를 놓고 비교했다. 그 결과 티베트 스님들에게서 초보 명상집단보다 30배나 더 높은 강력한 감마파가 생성되었고, 행복감과 연관된 뇌 영역인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신경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마파는 높은 수준의 인지 활동과 정서 처리를 반영하는 뇌파이기에 자비명상을 하는 동안에 인지 및 정서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학자들은 이 정도로 강하고 증폭된 진동은 이전에 어떤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놀라워했다. 이러한 감마파가 최근 깊은 마음집중이나 자비심을 일으키는 명상과 관련하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는 자비명상을 하게 되면 실상에 대한 통찰력이 커진다. 이러한 통찰력은 나와 남,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려는 마음의 오랜 습관적인 성향을 바꾸고, 의식의 분석적, 직관적 측면의 통합으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운 경험을 하는 동시에 대단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1주일간 명상을 했던 대조군에 비해 오랜 시간 수행한 티베트 스님들의 경우, 명상할 때에는 물론 명상을 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강한 감마파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랜 기간 해온 수행으로 인해 그들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데이비드슨 박사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감마파가 많이 발생하는 수행자는 예외 없이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에 비해 우세한 것이 확인되었다. 뇌의 좌측 전전두엽은 긍정적 감정과 스트레스의 감소, 면역 체계의 개선을 일으키는 곳이다. 이처럼 오랜 명상수행이 행복한 마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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