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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신에 사로잡힌 바라문

오직 계행 실천할 때만 업장 씻어내

나쁜 업 목욕으로는 씻을수 없어
붓다, 목욕 맹신하는 바라문에게
있는 그대로 알고봐야 왜곡 해소
지금도 미신 횡행하니 늘 새겨야

고대 사회나 현대 사회나 미신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보다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미신에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붓다는 출발부터 이러한 미신이나 전통이란 이름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던 악습들에 대해 비판했다. 인간이란 욕구, 생각, 감정 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에 때로는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세상을 왜곡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불행하게 하는 것일지라도 자신이 만든 왜곡된 세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떤 일들을 하기도 한다.

붓다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앎’(如實知見)을 통해 왜곡 없이 세상을 바라볼 것을 가르쳤다. 한때 붓다가 코살라국의 사왓띠(사위성)에 머물고 계실 때였다. 존자 아난다는 붓다에게 매일 목욕을 하면서 청정을 구하는 한 바라문에 대한 이야기를 아뢰며 그를 가엾게 여기시어 방문하시면 어떤지 여쭙게 된다. 붓다는 존자 아난다의 청을 수용하여 바라문 상가라와(Saṅgārava)가 머물고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붓다의 방문에 상가라와는 자리를 마련하고 대화를 하게 된다.

“[붓다] 그대는 물속에서 청정함을 구하고 아침저녁으로 목욕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상가라와] 그렇습니다. 존자 고따마시여!
[붓다] 왜 그렇게 하는지요?
[상가라와] 존자 고따마시여! 제가 낮에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을 저녁에 목욕하여 제거합니다. 밤에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을 아침에 목욕하여 제거합니다. 물에는 이러한 유익함이 있어, 저는 아침저녁으로 목욕을 합니다.(SN.I, p.183)”

‘중아함경’에 수록되어 있는 ‘가미니경(伽彌尼經)’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내용은 온갖 악법을 행했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그를 위해 찬탄하며 축원했다고 해서 천상에 태어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그럼에도 실컷 나쁜 일을 하고는 교회나 절에 가서 기도하면 죄 사함을 받는다거나 그 죄가 감해진다고 착각하고 그것을 신봉한다. 이것은 미신이다. 바라문 상가라와가 바로 그러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낮에 악한 일을 한 것이 목욕한다고 없어질까? 밤에 악한 일을 하고 아침에 목욕하면 죄가 사라질까? 이러한 미신이 횡횡하던 시기에 붓다는 이러한 가르침을 준다.

“바라문이여! 진리는 계를 나룻터로 하는 호수라네.

더러움이 없고 덕 있는 자는 고요한 자에게 칭찬 받네
실로 최고의 지혜를 갖춘 자들은 그곳에서 목욕한 자들이네.
젖지 않는 몸을 지닌 자들이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것처럼. (SN.I, p.183)”

여기서 붓다는 진리라고 하는 것은 명확하게 보편타당한 계율에 근거하는 것으로, 계를 준수하게 되면 더러움을 여의고 덕을 갖추게 됨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여기서 계율은 다름 아닌 5계를 가리킨다. 불교의 계율은 기본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원리이지, 불교도에게만 적용되는 편협한 내용이 아니다. 시대와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칸트 식으로 표현하면 정언명법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붓다는 보편적 도덕원리에 기반한 것이 진리이며 그 진리의 호수에 목욕한 자가 최고의 지혜를 갖춘 자가 된다고 표현한 것이다. 

상가라와는 물에서 청정함을 구하는 것에 의심하지 않고 관습적으로 해 온 사람이었다.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그는 더 이상 맹목적 미신에 의지하지 않고 올바른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미신이 횡행하고 있다. 그것이 미신인지도 모르고 잘못된 가르침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과 주변인들을 불행하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붓다는 당신의 가르침을 통해 이들을 미신에서 벗어나 ‘바른 삶’을 살게 하는 것을 또한 평생의 일로 삼았던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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