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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2019)

신의 자리 점령한 신흥종교집단 교주의 결말

불교적 세계관으로 영생 꿈꾸는 인간의 욕망·파멸 담아
김제석 소년수 네명 교화해 악의 무리 제거할 것 명령
금화 쌍둥이 ‘그것’은 악의 화신이 아닌 중생들의 희생양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불교적 세계관의 신흥 종교 집단을 소재로 교주 김제석의 영생을 위한 욕망을 그린 영화다. 사진은 영화 ‘사바하’ 스틸컷.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언론은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주식 중계 방식으로 발표하여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국민들은 자가 격리를 하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바이러스는 우리사회의 면역력 약한 숙주를 식별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한 곳에 침투하고 건강하지 않은 집단을 발본하는 역할도 한다. 노인과 병약자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돌봄이 취약한 정신병동에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신흥종교집단이 슈퍼 전파의 발원지로 부각된다. 바이러스는 평온한 사회에서 평평하게 존재하였지만 사회의 울퉁불퉁한 모순 덩어리들을 색연필로 문질러서 실체를 드러나게 하는 전염병 프로타주이다. 유년시절 필통 위에 백지를 대고 색연필을 칠하면 필통에 새겨진 기차와 거대한 성 무늬가 배어나오게 했던 프로타주는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탁본으로 한국사회의 치부를 떠낸다. 대표적인 장면은 대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에서 비롯된 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이며 이는 한국 신흥 종교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신학자가 아닌 필자가 신천지 예수교에 대한 이단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교단의 대처와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논거로 헤아려볼 때 심증은 간다. 

감염사태의 책임에 대한 교단의 대응은 대국민 사과와 반성보다는 종교집단의 피해 호소와 신도 감싸기에 전념한다. 이런 태도는 신행불일치의 극단적인 모습에 가깝다. 탁지일 교수는 이단 교주의 공통을 ‘교주 개인의 신격화와 올바른 성서적 지식의 부재로 인한 임의적 교리 확립 그리고 벌어야 성공한다는 기업형 교단 운영’ 등을 들었으며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신천지예수교는 이단의 개념과 밀접해 보인다. 신흥 종교 집단은 영화의 소재로 기피되어왔지만 지난해 개봉된 ‘사바하’는 스릴러 장르로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의 밀도를 유지하면서 우리 시대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바하’는 기독교의 에피소드를 모티프로 하지만 불교의 용어와 불교적 세계관으로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보여준다. 기독교적 에피소드는 헤롯왕의 유아 살해이다. 불교적 세계는 두루 펼쳐져 있다. 제목 ‘사바하’는 ‘원만하게 이루다’ ‘뜻대로 이루어주소서’의 의미이다. 사천왕은 불법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수호하는 신보다는 악귀를 잡는 악신의 역할로 한정해서 영화적으로 수용된다.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천왕으로 동쪽을 다스리는 지국천왕 김철진과 서쪽의 광목천왕 정나한이 등장하며 남쪽의 증장천왕과 다문천왕은 사진으로만 보여준다. 

첫 장면은 염소의 울음과 금화의 출생 비밀과 가족사를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요약한다. 염소의 울음은 희생 염소의 신화와 연관되며 신의 탄생을 암시한다. 신비한 금화의 이야기가 수수께끼와 공포의 근원으로 제시되고 극동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박웅재 목사가 사건을 해결해간다. 박웅재 목사는 이단 종교 연구를 통해 돈벌이를 하는 속물로 설정하여 성과 속의 대립 구조를 보여준다. 박웅재는 신흥 종교를 파헤쳐 공인된 종교단체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 그는 사슴동산을 파헤쳐 불교계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한다. 박웅재의 사슴동산에 대한 제보가 불교계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자 해안 스님은 힌트를 준다. 사교단체는 교주, 신고, 경전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여 박웅재는 경전을 찾아 나선다. 결국 사슴동산에서 경전인 항마경을 찾게 되고 교주인 풍사 김제석의 존재에 의문을 갖게된다. 

항마경은 마귀를 잡는 경서이며 ‘소녀의 몸에 움튼 뱀을 잡으라’는 예언이 기록되어 있었다. 해안 스님은 불교에는 선악이 없다는 말씀으로 항마경이 이단의 경서임을 암시한다. 영월에서 여중생 사체가 발견되고 용의자는 모친께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다. 여중생 살인은 지국천왕 김철진과 연관되며 금화를 노리는 광목천왕 정나한은 사슴동산의 교주인 풍사 김제석의 제자임이 암시된다. 박웅재는 문어 스님을 통해 풍사 김제석이 ‘신이된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김제석이 양주 교도소를 후원한 사실과 1985년 동방교를 해체했다는 사실을 통해 풍사의 행적을 추적한다. 

김제석은 양주교도소의 소년수 네명을 교화하여 사천왕의 소임을 부여했다.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해 항마경을 집필하고 사천왕들에게 악의 무리를 제거할 것을 명한다. 해안 스님은 불교에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김제석의 교리가 불교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이단임을 암시한다. 결국 티베트 승려인 네충텐파를 통해 김제석과 사천왕 행위의 전모를 알게된다. 네충텐파는 ‘대승불교에서 선의 극치는 성불이지만 밀교에서는 육체를  죽이지 않는 불사가 성불’ 이라는 차이를 전한다. 이어서 네충텐파는 1985년 김제석에게 ‘백년뒤에 그가 태어난 그곳에서 천적이 태어난다’고 예언했다.

김제석은 육체가 죽지않는 성불을 위해 100년 후 자신의 고향인 영월에서 태어난 1999년생 아이 81명을 살해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는 중생 구제가 아닌 자신의 영생을 위한 타인의 희생을 감행하는 순간 종교인에서 욕망의 화신으로 전락한다. 여기서 장차 왕이될 아이가 태어난다는 동방박사의 예언으로 베들레헴의 아이를 죽인 헤롯왕은 김제석과 겹친다. 영월의 여중생은 베들레헴의 아이들이며 에언자는 네충텐파이다. 정나한은 금화의 쌍둥이 ‘그것’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찾아간다. 그것은 악의 화신이 아니라 신의 강림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불교의 세 가지 수인을 통해 김제석의 제거를 명한다. 

수인의 첫 번째는 지권인, 두 번째는 시무외인, 세 번째는 항마촉지인이다. 장재현 감독은 세 가지 수인에 대해 “부처님의 지혜를 통해 두려움을 없애고 악마를 굴복시킨다”는 의미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광목천왕은 악마로 규정된 ‘그것’을 퇴치하라는 김제석의 명을 수행하러 갔다가 오히려 신과 대면하고 신의 명령에 따라 악을 퇴치한다. ‘사바하’에서 타부가 된 금화의 쌍둥이 ‘그것’은 악마가 아니라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중생들을 위해 희생양이 되어 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역설은 신의 자리를 점령한 자본, 신을 참칭한 교주로 인해 신을 유폐시킨 시대에 사라진 그것의 눈물과 질책으로 여겨진다.

문학산 영화평론가·부산대 교수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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