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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린포체와 달라이라마

  • 기자칼럼
  • 입력 2020.03.13 19:40
  • 수정 2020.03.15 11:12
  • 호수 1529
  • 댓글 0

최근 서울 몇몇 사찰에서 티베트 망명정부 정치지도자인 달라이라마가 증명했다는 린포체가 법사로 나선 법회가 봉행됐다. 법회는 대여섯 살 정도의 린포체가 법문을 하고 불자들의 머리를 만지며 성불을 기원하는 마정수기와 수계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어린 린포체는 자신이 달라이라마의 스승인 텐진 린포체라고 말했다. 법회를 봉행한 사찰 주지스님에게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달라이라마의 친서도 전달했다. 계를 받은 불자들은 기뻐했고 불자로서 수행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 린포체는 달라이라마가 증명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친서도 가짜였다. 이 같은 사실은 3월 초,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달라이라마 공식사무국(OHHDL)에서 우려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티벳하우스 코리아(원장 텐진남카 스님)에 전달하면서 밝혀졌다. 최근 한국에서 출신이 불명확한 린포체를 앞세워 달라이라마 친서와 불사리를 전달하는 법회가 열렸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달라이라마 공식사무국은 “이들이 전달한 친서는 공식서식과 일치하지 않고 서명과 인장 역시 합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불자들의 주의를 요청한 사무국은 “비양심적인 이들이 티베트보다 더 오랜 불교전통을 가진 한국서 이런 행위를 벌이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가짜 린포체의 사기 행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공식사무국에서 한국에 입장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수년 전부터 환생제도의 부정적인 면을 언급하며 사욕을 위해 환생제도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해 왔고 각종 행사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가짜 린포체 사기행각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불자와 사찰이며 한국불교계와 티베트불교계의 상처도 적지 않다. 티베트불교는 지금은 사라진 인도불교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9년 약 10만명의 티베트인들이 인도로 피난하며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인도불교를 세계로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학뿐 아니라 수행과 신행이 상당히 체계화돼 있어 학계에서도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티베트불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세계가 티베트불교에 주목하는 이유다.

임은호 기자.
임은호 기자

수승한 가르침이 있음에도 가짜 린포체를 통한 장삿속으로 티베트불교에 대해 불신감을 갖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티베트불교의 수행체계와 기도는 한국불교를 보다 더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 불교계도 신비하거나 세속적인 것보다 교학·수행·신행 등 불교의 본령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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