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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의 존귀함 역설한 현해 스님 이야기

  • 불서
  • 입력 2020.03.16 13:51
  • 수정 2020.03.16 13:55
  • 호수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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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노송’ / 연암현해 스님 지음 / 민족사

‘오대산 노송’<br>
‘오대산 노송’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선시처럼 남은 생을 그렇게 살다가 가기를 바라는 오대산 노승이 지나온 85년여 삶의 모습을 글로 펼쳐보였다. 오대산 월정사 회주 연암현해 스님은 출가수행자로 살아온 60여년과 세속에서의 삶을 함께 돌아본 회고록 ‘오대산 노송’에서 나옹선사와 얽힌 오대산 문중의 구전 설화들을 전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니 마치 구부러진 오대산의 병든 노송과 같아서 타인들에게 그늘이나 좋은 쉼터를 주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나름대로 부처님 말씀을 따르면서 진실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평소 스스로 마음속에 굳게 언약했던 것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삶,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히면서, 칡뿌리처럼 얽히고설킨 세상사 인연에서 선연을 맺고 악연을 풀어가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서 “모든 이들이 부처이며 존귀한 생명”임을 강조한 스님의 삶과 수행의 발자취를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월정사 회주 연암현해 스님이 지나온 삶을 담담히 풀어내 ‘오대산 노송’에 옮겼다.
월정사 회주 연암현해 스님이 지나온 삶을 담담히 풀어내 ‘오대산 노송’에 옮겼다.

전체 여덟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첫 번째 장은 출가 전 이야기다. 해방 전 어려운 생활상과 가족이야기,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하는 청년기 삶을 민낯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때 대화를 나눴던 목사의 “오대산 월정사에 가서 도인을 만나 보라”는 한마디가 출가 인연이 되기도 했다. 이어 2장에서는 은사 희찬 스님을 만나 수행자가 된 이야기, 3장에서 흥복사 주지 직무대행을 하면서 겪은 일화, 4장에서 종비생 1기로 동국대에 입학해 불교정화에 참여한 일과 동국대에 재학 중인 스님들을 모아 석림회를 창립하고 정진한 사연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5장에서 은사스님을 비롯해 삶과 수행의 길잡이가 되었던 범룡, 석주, 청담, 벽안 스님 등 당대 선지식들과의 인연담을 펼친 스님은 6장에서는 스스로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하는 일본 유학이야기를 들려준다. 7장에서 중앙승가대 부학장, 월정사 주지,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느낀 수행자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가르침을 담아낸 스님은 마지막 장에서 불교계 원로로서 한국불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지나온 시간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스님의 이야기는 때로 함박웃음을 짓게 하고, 때론 숙연해지게 한다. 옛날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 스님의 회고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불교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의 중심, 혹은 그 인연들과 함께한 세월이기에 한국불교근현대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법화경’을 읽을 때마다 상불경보살에 주목하곤 한다. 상불경보살은 만나는 사람마다 합장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는 부처님이 될 분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항상 존경합니다.’”라고 전해준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삶의 교훈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1만9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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