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법사가 번역한 ‘대승대집지장십륜경’ 권3에는 출가자가 설령 계를 파했더라도 무량공덕복장 기능을 할 수 있으므로 세속의 방식으로 처벌하지 말라고 하면서 출가자의 허물을 말할 경우 얻게 되는 과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 경전을 인용하는 이유는 출가자의 허물이나 승단 내부의 모순점을 해결하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뜻이 아니라 세속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다.
‘사분율’ 권60 ‘비니증일 건도’에는 부처님께서 우파리 존자에게 다른 비구의 죄를 드러내려면 우선은 스스로 몸과 입이 청정하고 위의가 있어야 하며, 평소 생활이 단정해야 하고, 경전과 비니법을 잘 알고 있으며, 말도 명료하게 잘 해야 상대방이 반발 없이 수긍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그 외의 조건은 부처님의 음성을 직접 들어보자.
“그러므로 우파리여! 비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고, 나에 대한 공경심을 가지고 있다면 마땅히 죄를 드러내야 한다. 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공경심을 가지고 있다면 또한 죄를 드러내야 한다. 공경심은 없으나 좋아한다면 드러낼 수 있다. 좋아하지도 않고 공경심도 없지만 그로 하여금 악을 벗어나고 선을 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 죄를 드러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도 않고 공경심도 없는데다가 그로 하여금 악을 벗어나 선을 행하도록 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존중하고 믿음을 가진 이를 찾아서 그의 죄를 드러내서 악을 벗어나고 선을 행하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그가 존중하고 믿고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악을 벗어나서 선을 행하도록 도울 방법이 없다. 우파리여! 그때는 대중이 그를 포기하고 쫓아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장로여! 당신이 가는 곳마다 대중은 당신의 죄를 드러내고, 억념비니나 자언비니를 하고, 갈마나 대중의 법회에 참석시키지 않고, 포살이나 자자에 참석시키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말 조련사가 거친 말을 조련시키기 어려우면 채찍으로 쳐서 부리듯이 죄를 지은 비구 또한 이와 같아서 참회의 과정 없이 먼저 포살이나 자자를 듣게 해서는 안 된다. 자언비니나 억념비니를 한 후에 참석을 허락해야 한다.”
이 글을 보면 허물이 있는 비구의 죄를 드러내서 조복시키고 참회하게 만들려면 평소의 언행과 위의가 모범적이며, 삼장에 대해서도 해박할 뿐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이가 나서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어떤 조언도 통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면 승단은 전체의 위력인 갈마법을 써서 그에게 마지막 참회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의 최종목적은 수행자로 하여금 허물을 고치고 청정을 회복하여 수행에 매진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처럼 출가자나 승단의 문제는 승가 내부에서 가장 법답고 율다운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율장에 시설된 각종 참회법과 갈마법이 승단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사찰에서 반월마다 포살하고 허물과 잘못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참회하여 청정성을 회복하는 절차가 상식화 되어야 한다. 동일대계(同一大界), 동일주처(同一住處), 동일설계(同一說戒), 동일갈마(同一羯磨)를 통해 아집과 법집을 소멸시키는 작업이 승가 내부에서 지속되지 않고서는 어떤 방식의 제도나 개혁의 목소리도 변죽만 울리다 그치며 승가와 수행자에 대한 신뢰만 손상시키는 결과를 남길 뿐이다. 시절이 쉽지 않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때일수록 수행을 하는 초학자는 자기 마음과 행동을 단속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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