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8. 이웃과 나를 사랑하는 법

기자명 법장 스님

“이웃 업신여기는 건 결국 자신 업신여기는 것”

불교적 삶의 기본적인 방식은
모두가 상의상관 인식하는 것
사회와 이웃 삭막해졌다면서
본인은 보시하나 되돌아봐야

불교의 계율에는 크게 율장과 보살계가 있다. 율장은 출가 승려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고 보살계는 대승의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 중 우리는 보살계인 ‘범망경’을 살펴보고 있다. 앞선 내용에서는 ‘범망경’의 10가지 무거운 죄와 48가지 가벼운 죄(십중사십팔경계) 중에서 무거운 죄를 살펴보았고 이제부터는 가벼운 죄를 함께 확인하겠다.

무거운 죄와 가벼운 죄라는 구분이 있어서 마치 가벼운 죄는 다소 어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범망경’에서 말하는 죄의 구분은 그 죄를 어기는 빈도와 번뇌의 무게, 죄의 참회에 따라 구분을 해놓은 것뿐이다. 즉 가벼운 죄는 무거운 죄보다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어기기 쉽거나 죄의 잘못을 참회하는 것이 다소 용이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볍다는 표현을 오해해서 그 죄를 경시한다면 끊임없이 번뇌를 쌓게 되어 불교의 가르침과는 점차 멀어지게 되어버린다.

‘범망경’의 48가지 가벼운 죄 중 첫 번째는 ‘불경사장계(不敬師長戒)’이다. 일반적으로 스승과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는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고 실천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참다운 삶의 토대를 중요시하는 종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불교의 이상적 삶인 보살은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과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발원한다. 즉 불교에서 말하는 바른 삶이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며 자신에게 작은 피해라도 생기면 곧바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운전 중에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추월하려고 하면 양보하지 않고 때로는 보복운전을 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웃 간에 층간소음이나 음식냄새 등으로 다투다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피해를 막기 위해 상대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인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정도가 점차 거칠고 험해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그 순간 잠시만 여유를 갖고 상대를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피해가 안 생길 수도 있는데  이기심에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고통과 피해를 스스로 불러오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경사장계’에서는 이러한 나와 이웃 간의 공경과 배려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고 보살계를 받아 불교적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적 삶이란 모든 것이 인연과 연기법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떠한 것도 자신만을 위해 추구하고 그것이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우리 자신이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있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주기에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와 남이 함께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주기에 우리 사회가 구성되고 그 안에서 우리들 개개인의 삶이 영위되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첫 걸음인 것이다. 

사회가 점차 풍요로워지며 돈과 재산이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과도 같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자신은 그러한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삭막해졌다고 하며 정작 본인은 어떠한 보시나 기부도 하지 않는다면 그 말을 한 스스로가 이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실천은 곧바로 그 사람을 통해 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보다 따뜻하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다면 그것을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나의 마음과 실천을 통해 그러한 삶을 현실화시키면 된다. 그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자리이타의 보살행인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