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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행복 ⑥

기자명 박희택

수행자는 행복을 성취로 본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은
완전한 열반 이루는 것 의미
구도와 구제의 수행자들은
스스로와 타인을 행복케 해

붓다의 생생한 육성의 경으로 집성[經集]되어 있는 ‘숫타니파타’의 사품(蛇品) 제8경이 ‘자비경’(제143-152게송)이다. 우리는 이 경에서 행복과 자비에 관한 붓다의 원음(原音)을 들을 수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행복하고, 편안하고, 안락하소서(제145게송)”는 널리 애송되는 붓다의 기도문이자 행복게송이다.

이를 위해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야 합니다(제149게송)”하고 수행자들에게 당부하고, 나아가 “일체 세계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행을 해야 합니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 없이 자비행을 해야 합니다(제150게송)”라 하여 곧바로 자비행으로 연결짓고 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의 행복을 위해서 수행자들은 자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의 기본관점이고, 근본불교는 물론이고 대승불교의 경전에서도 일관되고 있다. ‘숫타니파타’ 소품(小品) 제4경은 ‘행복경’(제258-269게송)으로 불린다. 위없는 행복에 관한 질문(제258게송)에 붓다께서는 모두 열한 게송(제259-269게송)으로 응답하였다. 대표적인 세 게송을 음미하기로 한다.

“나누어 보시하고, 이치에 맞게 살며, 친지를 보호하고, 비난받지 않는 행을 하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입니다(제263게송).”
“감각을 넘어서고, 청정하게 살며, 거룩한 진리를 깨치고, 열반을 이루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입니다(제267게송).”
“세상의 많은 일들에 부딪혀도 흔들리지 않고, 슬픔에 휩쓸리지 않으며, 때가 묻지 않고, 안온함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입니다(제268게송).”

이들 게송은 육바라밀의 원형을 담고 있으며, 이타와 자리가 합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힘으로 애써 참고 살아야 겨우 살 수 있는 감인토(堪忍土) 사바세계에서의 삶에서 넘어지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는 행복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의 이 행복론에서 특별히 시선을 끄는 것은 ‘열반’이다.

우리의 행복은 궁극적으로 열반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정법안장의 스승들이 열반을 ‘완전한 행복’ 내지 ‘영원한 행복’으로 칭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으로서의 열반을 말할 때 적어도 두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깨달음과 열반의 관계이다. 위 제267게송에서도 거룩한 진리를 깨치고 열반을 이룬다고 하였듯이, 깨달음 없이 열반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수의 경전에서 깨달음과 열반을 동일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해탈과 열반의 관계이다. 해탈(vimukti)은 탐욕과 무지 등의 일체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를 말한다. ‘잡아함경’에서는 탐욕으로부터의 자유를 심해탈(心解脫)이라 하고, 무지로부터의 자유를 혜해탈(慧解脫)이라 한다. 열반(nirvāna)은 일체 번뇌의 불길이 꺼진 평화를 말한다. 번뇌를 벗어나서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사덕을 갖추는 것이 열반이다. ‘법구경’이나 남전 ‘상응부경전’ 등 여러 경전에서 해탈에 따라 열반에 이른다고 한 것처럼 해탈과 열반은 같은 범주에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본다면 ‘행복-깨달음-해탈-열반’은 표기하는 용어는 달라도 동일 개념체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용어에 혼란을 겪을 것 없이 붓다께서 중생들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언술을 사용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되겠다. 관건은 수행자의 보리행으로서의 자비행이며, 대승불교는 이를 보살의 보살행으로서의 대비행으로 표현한다. 물론 자비행(대비행)에는 자비심(대비심)이 내재되어 있다.

구도와 구제의 수행자(보살)는 스스로 행복하고 타인을 행복하게 한다. 고와 낙을 평등하게 하며, 불행과 행복을 통일한다. 아름다운 수행자(보살)는 삶의 여정에서 성취를 행복으로 보지 않고 행복을 성취로 보면서 그 길을 담연히 걸어간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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