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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종식까지는 집안이 도량이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3.23 11:28
  • 호수 1530
  • 댓글 0

코로나19 확산에 우울증 증가 추세
경전·수행으로 ‘평정심’ 잃지 말고
서로에 부드러운 말 한 마디 절실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노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시민의식에 힘입어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는 추세다. 신천지의 집단감염으로 매일 세 자리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3월15일 신규 확진자는 76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나흘간 두 자릿수를 유지해오다 잠깐 100명을 넘겼지만 2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다시 100명 아래로 내려와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일각이기는 하지만 학원, 교회에서는 벌써부터 당장 문을 열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다. 1명의 환자가 하나의 집단 발생을 유발하면 환자가 30명, 40명으로도 늘어난다. 그 환자로 인한 2차 전파, 3차 전파로 유행이 급속도로 증가할 수도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세계 대유행(판데믹)인 작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폐쇄된 공간에서의 활동은 아직 위험하다. 개학도 3차례나 연기 돼 4월 6일로 결정된 상황이다. 

불교계로 눈을 돌려 보자. 교구본사 차원에서의 산문폐쇄를 거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찰은 다행스럽게도 아직 없다. 그러나 사찰경영난에 봉착한 말사나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주체 측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조건 열지 말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하나의 기준을 설정해 참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개학일인 4월6일이다. 학교의 정문이 열린다는 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인다는 방증이다. 

그렇다 해도 집단감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학 직후 문을 열겠다는 계획을 가진 사찰에서는 나름의 토의를 통해 특정 시간만 개방해야 한다. 일례로 기도객을 위해 배려하겠다면 새벽, 아침, 저녁 중 하나만을 택하는 것이다. 한 신도가 연속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제한해야 한다. 노약자·기저질환자의 출입도 규제해야 한다. 불교대학 역시 특정 시간에만 문을 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법회는 안 된다. 적어도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 이전의 상황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 룰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혹시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개학이 다시 연기된다면 일선 사찰이나 불교대학의 개산·개강도 연기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코로나 블루’ 현상 즉, 코로나19에 따른 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 1월20일이다. 방역대응 단계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것은 2월23일이다. 이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었으니 취미·가족간의 만남을 극도로 자제한 시간만도 한 달이 넘었다. 집안에 갇힌 답답함과 ‘나도 전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생기면서 심한 우울증을 불러일으킨다고 시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의한 신경과민 반응으로 험한 말이 오고가며 가족 사이, 이웃 사이의 고성이나 싸움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지만 불자라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집에서 기도·염불을 하거나 가부좌를 틀고 위빠사나·참선에 매진하는 게 최상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외면해 왔던 불서를 펼쳐보는 것도 좋은 방책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경전을 보는 불자는 10% 내외라는 통계도 있지 않았던가. 집안의 공간을 ‘감옥’이 아닌 ‘도량’으로 보는 것이다. 

상대가 험한 말을 한다고 해서 분노를 일으키지 말자. 부처님께서도 “사납게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납게 말하는 사람은 역습”을 당하기 때문이다. ‘별역아함경’에서도 성내는 습관을 잘 다스리라는 대목이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도끼가 입속에 있다. 나쁜 말을 하면 자기 몸을 찍는다.’ 확진자에 대한 혐오는 당장 거둬야 한다.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사실로 비난을 받게 될 경우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또 이러한 사회적 비난이 들어와서 진단검사를 피하는 경우, 더 큰 위험으로 피해가 공동체 전체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나 접촉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라는 법문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1530호 / 2020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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