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김규학의 ‘똑똑한 밥솥’
76. 김규학의 ‘똑똑한 밥솥’
  • 신현득
  • 승인 2020.03.24 10:33
  • 호수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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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인공지능에 관심 가진 동심
사람 말 알아듣고 말하는 밥솥 표현

아궁이 불로 밥 짓던 생활용구
최고로 똑똑한 사람 지능 가져
밥 짓기 시작과 완료 알려주고
시계 볼 줄 알아 예약까지 가능

인류의 역사는 인공지능시대(AI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 시대를 제4차산업혁명 시대라고도 한다.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에 의해 이루어졌다. 제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전기가 기계의 동력으로 쓰이면서 이루어졌다. 

제3차산업혁명은 20세기의 중반부터 오늘까지 있는 일이다. 인터넷이 이끄는 컴퓨터가 모든 생산기계를 자동화시킨 시대이다. 인류는 컴퓨터로 글쓰기, 컴퓨터로 글 보내기, 사진 보내고 받기 등 많은 3차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인류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제4차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판단력을 바둑 두기로 겨루었던 시합이 지난 2016년에 있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한국 최고의 바둑왕을 이긴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동심도 우리 생활을 돕고 있는 기계에 관심이 가고 있다. 

인공지능 밥솥을 테마로 한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똑똑한 밥솥 / 김규학

밥 말고는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행여, 누가 그런 소리라도 할까 봐/  밥솥은/ 남 몰래/ 공부를 하여

“현미, 영양밥 맛있는 취사가 시작되겠습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잘 섞어서 보온해 주십시오.”/ 이런 말들을 하게 됐고, 

이젠 시계도 볼 줄 알아서/ 예약시간에 맞춰/ 저 혼자 척척/ 밥을 짓기도 한다. 

김규학 동시집 ‘서로가 좋은지’(20 20)에서)

 

밥솥은 아궁이 위에 놓여 나무 태운 불로 밥을 지어주던 생활용구였다. 주택이 바뀌면서 주방에 놓이게 되었고, 전기스위치가 꽂히면 전력으로 밥을 짓는다. 이때부터 밥솥은 ‘전기밥솥’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밥솥이 그만큼 똑똑해진 것이다. 똑똑해지기는 했으나 아직은 2차산업시대의 산물인 전기제품이었다. 

그러한 전기밥솥은 다른 사물들이 자기를 옛날의 부엌밥솥으로 여길까봐 겁이 난다. 그래서 남몰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너 밥솥은 밥하는 일 말고는 뭐 할 줄 아는 게 없지?” 하고 무시 당할까봐서였다. 2차산업혁명 시대의 전기밥솥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밥솥이 되기까지는 비상한 노력과 공부를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고로 똑똑한 인공지능 밥솥이 된 것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도 하고, 말을 하기도 하는 밥솥이 되었다. 시계도 볼 줄 안다. 시간에 맞추어 작업을 할 수 있다. 엄마는 직장에 나가면서 밥솥에게 부탁을 한다. “오후 여섯시에 돌아올 테니 5인분 밥을 지어 놔야 한다. 지능밥솥 알았지?” “예, 마스크 끼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코로나 조심하셔야 돼요!”  

사람의 지능을 가진 밥솥이라, 인사말이 다정하다. “현미, 영양밥 맛있는 취사가 시작되겠습니다.” 이건 똑똑한 지능밥솥이 오후 다섯 시 경에 밥 짓기를 시작하며 하는 말이다. 엄마가 현미에다 콩놓이, 팥놓이 영양밥 재료를 안쳐 놓고 직장에 간 것이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돌아온 엄마에게 지능밥솥이 소리친 게다. 정말로 똑똑한 밥솥이다. 

집안에 말을 할 줄 알고, 시계도 볼 줄 아는 똑똑한 지능밥솥이 있으니 이제 엄마는 밥 짓는 일을 맡겨 버린 것이다. 

시의 작자 김규학(金圭學) 시인은 안동 출생(1959)으로, 2010년 곽재우 장군을 기념하는 청강문학상에서 동시로 등단하였다. 그 뒤 불교신인문학상과 황금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동시집 ‘털실뭉치’ 등을 출간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30호 / 2020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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