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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정체성 되찾은 이은재 국회의원

  • 기자칼럼
  • 입력 2020.03.27 20:12
  • 수정 2020.11.16 09:47
  • 호수 1531
  • 댓글 11

정치인이 종교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흔하디 흔하고, 동양이나 서양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정치인의 종교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별스러운 뉴스가 되는 일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최근 뉴스에는 한 국회의원의 이름이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강남이 지역구인 이은재 국회의원이다.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병 공천에서 탈락한 이은재 의원이 3월23일 탈당을 선언하며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기독자유통일당에서도 그를 환영하며 다음날 곧바로 비례대표 1번을 선사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후 이은재 의원의 이름은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명단에서 빠져있었다. 종교 정체성이 논란이 되면서 비례대표 후보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 의원의 탈당 선언보다 더 이슈가 된 것은 그의 종교였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져 있었던, 아니, 스스로가 독실한 불교신자임을 내세웠던 이 의원이 기독교를 정체성으로 하는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했기 때문이다.

불교방송 뉴스 화면 캡쳐.
BBS불교방송 뉴스 화면 캡쳐.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BBS불교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대학시절 불교학생회를 만들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얘기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새벽예불에도 꼭 참석한다” 스스로 강조했다. 그는 불자 국회의원 모임인 국회 정각회의 감사로 가장 활발히 참여하는 회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덕분에 총무원장 원행 스님으로부터 “신심 깊은 불자”라는 격려의 말을 들었고. 지역구인 봉은사에서도 이 의원이 참석할 때마다 “대표적인 불자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했다.

불교방송 뉴스 화면 캡쳐.
BBS불교방송 뉴스 화면 캡쳐.
제20대 국회정각회 개원 및 회장 취임 법회에 참석한 이은재 의원.
제20대 국회정각회 개원 및 회장 취임 법회에 참석한 이은재 의원.

그랬던 그가 사실은 ‘교회 집사’였단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1980년에 세례를 받았고 1982년에는 집사가 됐다. 20년 넘게 집사로 활동해 온 셈이다. 기독자유통일당 입당과 관련해 이 의원이 출석하는 교회 측에서도 “매주 일요예배에 참석했다”며 “우리 교회 집사가 맞다”고 그의 종교를 거듭 확인해주었다. 앞서 기독자유통일당에서도 “이 의원이 출석하는 교회에 질의해 그가 교인임을 확인한 후 입당을 수락했다”고 밝혔으니 현재 이 의원은 종교적 정체성은 ‘일단 개신교’로 가늠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의 가톨릭 세례명도 받았다는 소식이니, 조만간 가톨릭계에서도 이 의원이 자신들의 신자라고 주장하고 나설지는 모르겠다. 불교를 비롯해 개신교, 가톨릭에 두루 얼굴을 내미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화무쌍한 종교 정체성을 보이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보니 언론에서도 연일 주목할 만하다.

어찌 되었든 이 의원이 더 이상 불자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졌다. 그리고 분명해졌다. 조계종 총무원, 서울 봉은사, 위례 상월선원 등 이 의원이 방문했던 모든 사찰과 불교행사, 그리고 스님들 앞에서 “불자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할 때마다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고개 끄덕이고 손 흔들었던 그의 행동은 적어도 이 의원이 불교신자라고 믿었던 불자들에 대한 기망이었다. 다시는 불자들에게, 동시에 이 의원 자신의 종교인 개신교에 대해서도 기망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물론 이 의원이 ‘불자 국회의원’이라는 수사를 듣게 되는 일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제라도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되찾았으니 축하의 뜻도 전한다.

남수연 기자

다만 종교를 정치권력 장악의 수단으로 앞세웠던 수많은 역사를 상기하기 바란다. 십자군으로부터 탈레반, 알카에다와 같이 종교를 빙자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세력들과 보스니아, 시리아, 인도,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스라엘 등등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학살, 일촉즉발의 위기들은 종교를 이용해 탐욕을 채우려던 집단과 개인들이 벌인 비극이었다. 그들은 종교의 참뜻도, 종교가 가르치고 추구하는 진리도, 참된 종교인의 자세도 간과한 채 종교를 내세워 대중을 기망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다. 종교를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개신교 국회의원인 이 의원이 정치인이기 이전에 참된 종교인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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