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현대사회 문제 종합세트
n번방 사건, 현대사회 문제 종합세트
  • 성태용 교수
  • 승인 2020.03.31 14:01
  • 호수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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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에는 현대 우리 문명과 사회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이 참으로 많이도 모여 있다. 종합문제세트라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또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까? 그것이 앞으로의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 나가야 할까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우선 n번방 사건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에너지이면서, 또 가장 통제하기 힘든 성 에너지가 잘못된 형태로 표출되어 일으킨 것이다. 성 에너지는 인류의 존속을 위한 근본 에너지이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성(性)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룩하는 매개가 된다. 그런데 다른 욕망의 대상들에 대하여는 그것을 남들과 공유하는 것이 선한 것으로 칭찬되지만, 성 에너지의 대상에 대하여는 근본적으로 공유를 배제하고 독점적인 소유를 요구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독점적 소유를 요구하게 되기에 거기에는 자칫하면 한쪽에서 다른 쪽을 지배하게 되는 잘못된 구조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 인류 역사상 오랜 기간을 차지해 온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러한 현상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 여성에 대한 착취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인간 모두가 평등한 세상, 한 개인 개인이 가장 소중한 개체이어야 할 이상에 비추어보면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어떤 한 쪽은 성이 다른 쪽의 성을 지배하고 착취하며 수단으로 삼는 것은 용납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거의 잘못된 유산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겉으로는 남녀평등이 실현된 듯한 현대에 과거의 암적인 망령이 계속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청산되지 않으면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한쪽의 성이 다른 쪽을 지배, 착취하는 불합리한 세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n번방이 그렇게 유지되고 기승을 부리던 바닥에 놓여있는 두 성에 대한 불평등한 의식구조를 보자. 여성의 성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우리들도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의식구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착취된 여성들을 협박하는 방식을 보라. 남성의 성적인 노출이 뻔뻔하게 자기를 포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여성의 성은 드러나면 안 되고 부끄럽게 여겨야 된다는 불평등한 의식이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부끄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의식구조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성적인 지배, 착취가 현대의 발달된 문명을 도구로 하여 음습하고도 극악한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잘못 사용하면 얼마나 인간을 모독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가 이상적인 세상을 이루어나가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가 바로 인드라망처럼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퍼져가는 전산망의 정보체계이다. 그리고 n번방 사건은 우리의 주의와 경계가 소홀해지면 현대를 지배하는 가장 힘 있는 매체가 어떤 결과를 내는가를 보여준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대 사회의 근본 문제인 소외 현상이다. 근본적인 소외 구조 속에서는 남과 여를 이어주는 가장 근본적인 매체인 성 에너지도 왜곡된다. 가장 왕성해야 할 젊은이들의 성 에너지조차 위축되고, 부부 사이에서도 건강한 성이 실종되는 소외구조, 이것이 왜곡된 성 착취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깊이 통찰해야 한다. 

일단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독버섯 같은 성적인 착취가 인터넷 정보매체 속에 자리하는 것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렇게까지 진행되도록 방치한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러하기에 최대 규모의 국민청원을 이루어낸 힘이 이번 한 번의 사건 해결에 그치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종합문제세트와 같은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꾸고 올바른 세상을 이루어내는 흐름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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