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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오신채 금지한 까닭

기자명 법장 스님

입에서 마늘 냄새 나면 일상에 불편주기 때문

오신채 금지한 또 다른 이유는
몸에 열 내거나 음욕심 일으켜
스님이 불자들에게 법문할 때
서로 불편해질 수 있기에 금기 

불교에서는 육식과 더불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불리는 것이 있다.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라고 불리는 채소이다. 이 오신채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다. 매운 맛을 갖고 있기에 이것을 먹으면 몸에 열이 생기고 음욕심을 발생시켜서 수행에 방해가 되기에 금지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신채를 금지시킨 내용도 분명 불교 내에서 전해지는 제정이유이기는 하지만 제법 시간이 지난 뒤에 생겨난 것이다. 율장에서 마늘을 금지시킨 이유는 마늘을 보시한 장자의 밭에서 마늘을 전부 가져와 그 장자에게 피해를 주어 금지가 된 다소 황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오신채들이 금지된 이유의 첫 번째는 몸에 열을 내거나 음욕심을 일으키는 등이 아닌 바로 그것을 먹으면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사찰을 찾아온 대부분의 신도님들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 다음 사찰의 스님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때 스님에게 법문을 듣거나 이런저런 일을 상담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런 역할을 하는 승려의 입에서 매운 음식의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이야기를 듣는 신도들이 불편할 수가 있다. 그리고 승려들은 승가라는 공동체에서 생활하기에 대부분이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입에서 마늘 냄새 등이 난다면 주의의 많은 승려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승려의 역할과 생활의 전반에 오신채가 큰 불편을 줄 수 있기에 계율로 제정하여 금지시킨 것이다.

오신채가 금지된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나면 대부분의 불자들은 다소 황당해한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금지내용과 너무 큰 괴리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금지 이유가 보다 타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수행과 관련된 금지내용이 후대에 생겨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설법을 하는 승려의 입에서 독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금지한 것이 더욱 불교적이기도 하다. 불교는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추구하는 종교이다. 나 자신의 수행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해주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승려들이기에 당연히 몸과 마음이 청정해야 하고 설법을 함에 있어서도 맑은 향이 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신채의 내용은 율장뿐만 아니라 ‘범망경’에서도 제4경계인 ‘오신계(五辛戒)’에서 금지시키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앞서 말한 수행에 관한 금지의 내용이 율장이 아닌 보살계에 나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범망경’에서도 오신채를 금지한 이유는 율장과 마찬가지로 입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망경’을 주석한 천태지의, 현수법장, 의적, 승장, 태현 등의 저명한 주석가들도 이러한 이유를 우선적으로 논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승려들이 오신채를 먹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승려들도 가급적 밖에서 식사를 할 경우에는 오신채를 피해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식문화에서 이 오신채가 빠진 음식을 찾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쩌다 주문한 음식에 오신채가 조금이라도 들어있으면 마치 이상한 것을 먹는 것처럼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이 무척 부담스럽기도 하다. 마땅히 오신채가 금지되어 있기에 피하는 것이 맞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그것이 왜 금지되었는지를 바르게 알고 그것의 제정이유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자세이다. 계율을 바르게 지키는 것의 시작은 수행자 본인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그 순간을 바라보고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매 순간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바른 행동과 참회를 함께 한다면 모든 행동이 계율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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