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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애명상

마음속 내재된 친절함 흘러넘치게 하라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듯이
친절한 느낌으로 자신 어루만지면
긍정적인 영향으로 마음이 정화돼

자애명상은 심오한 방식으로 우리의 가슴을 일깨운다. 자애(lovingkindness)는 우리가 억지로 불러내지 않아도 오랜 침묵 가운데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자애의 마음은 한번도 거기 ‘없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격심한 분노 같은 마음 상태를 다스리는 데 유용하다. 우리를 압도하는 감정적인 마음 상태와 맺는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어 분노의 에너지에 완전히 굴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준다. 열린 가슴으로 비반응적이고 비판단적인 현존에서 알아차리면 우리는 분노나 슬픔 혹은 그 무엇이라도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알아차림 속에서 분노나 슬픔은 힘을 잃고 약해지며 증기처럼 사라진다. 마치 비누 거품을 건드리면 톡 하고 터지듯이, 혹은 물 위에 쓴 글자가 이내 사라지고 말듯이 자애의 마음은 그러한 순간에 우리 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편안한 자리에 앉아 등을 곧추세우고 몸의 긴장을 내려놓는다. 마치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듯, 현재의 자세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제 세 차례 느리고 편안하게 가슴으로 호흡한다. 이완되는 몸과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껴본다. 잠시 머물며 호흡의 파도를 타면서 매 순간 알아차림의 안정된 플랫폼을 확립한다. 손을 가슴이나 다른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곳에 얹어 놓을 수도 있다. 자신의 경험과 자기 자신에게 사랑스런 주의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떠올려 본다. 억지로 동정심을 불러내거나 착한 마음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음속에 이미 내재하고 있는 친절함과 다정함이 저절로 흘러넘치게 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수용, 친절의 느낌을 자신의 가슴속에서 어루만질 수 있는지 본다.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다만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듯이, 그러한 자애의 느낌에 푹 빠질 수 있는지 본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여 이러한 느낌 속에 머물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친절한 관심과 수용 속에 빠져 보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이 강요된 억지가 아니라 스스로 지속되도록, 자연스러운 것이 되도록 해 본다. 아주 조금만 이런 느낌을 맛보아도, 그것은 우리 정신의 표면 아래에 있는 온갖 부정성과 자기비난, 자기혐오에 대한 훌륭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이제 호흡을 자각의 배경 속으로 내보내고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문구를 제공한다. 바람, 공기, 숨, 세상이 속삭이는 구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내가 안과 밖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자유롭기를. 내가 행복하고 만족하기를. 내가 건강하고 온전하기를. 내가 안녕이라는 평안을 경험하기를. 내가 공포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내가 안전하기를, 내가 편안하게 살기를.”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문장을 세 차례 반복한 후 그 말과 그 말의 의도를 가슴 가까이 가져온다. 어떤 감정이 일어나도 그 감정을 알아차림하고 그대로 수련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랑스러운 주의가 지닌 온기를 느껴본다. 자신의 진정한 본성의 아름다운 씨앗을 발견해 본다. 우리의 몸과 마음속으로 깊이 침투해 들어오는 느낌을 알아차려 본다. 주의가 떠돌면 다시 한번 부드러운 호흡의 리듬으로 돌아온다. 자애명상을 하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느껴야 한다고 기대하는 마음을 모두 내려놓아라. 

자기연민은 꼭 필요한 순간에 격려해주는 좋은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가슴의 가장 깊은 본성에 대해 충실함으로 지구에서 생겨난 우리, 생명의 흐름에서 생겨난 우리, 우주에서 생겨난 우리는 자애 수련의 몸짓이 지닌 관대함과 그것이 우리 가슴에 미치는 영향으로 정화되어 더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자애명상을 한다면 수행의 첫 번째 수혜자는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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