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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학 스님 “황교안 대표, 정교분리 원칙 충실해야”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0.04.01 12:10
  • 수정 2020.04.01 13:47
  • 호수 1532
  • 댓글 4

본지 기고서 황 대표 언행 비판
"페이스북에서 교회 두둔한 것은
타종교에 대한 이해·포용성 부족"
“종교 신념 앞세운 역행은 잘못"

해인사 박물관장 원학 스님이 4월1일 법보신문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인의 자세’ 제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원학 스님은 조계종 총무부장, 봉은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원학 스님은 기고문에서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지도자가 사사로움이나 편향적 생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악재에 악재를 보태는 것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종교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민주적 정교분리의 원칙에 충실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편집자

원학 스님
원학 스님

요즈음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정상적인 사회 속에서는 이러한 말이 반가움의 표현이 될 수도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이 온 세계가 불안에 고통 받고 공포감을 경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무서운 독화살로 다가오는 말이 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족과 지인간의 삶과 죽음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온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가 비정상적으로 악화되어 가는 때에 정치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이성적 냉철함으로 사회의 동요를 막고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언행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지도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코로나19의 악재를 극복하는데 역행되는 말과 행동이 있다면 대중의 비난을 자초하는 것이 될 것이고, 4.15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욱 신중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최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짚고자 한다. 황교안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문제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은 거의 없다”라고 한 말은 당대표로써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발언일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황교안 대표의 종교적 신념을 스스로 표출시킨 문제로 타종교에 대한 포용성과 이해도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여실히 증명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자기종교에 대한 신념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타종교를 포용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당대표로써 민감한 4.15총선을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 과연 공감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동안 황교안 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은해사의 공식 법회에서 합장을 거부해 자기종교의 신념에 천착한다는 비난이 있었으며, 올 신년에는 중진스님들에게 육포를 선물로 보내 많은 불교도는 물론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아무리 실무자의 실수로 돌린다 해도 최종 승인자는 정당의 대표일 것이고 책임 또한 정당의 대표가 막중하게 져야할 일이다. 이러한 종교편향적 사고를 가졌기에 이번에도 여과 없이 공개적으로 교회내의 감염사실이 없음을 옹호하였다는 말인가.

신천지교회측도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이나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합리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그 파장은 물론 피해도 축소됐을 것이다. 이와 달리 방역당국에 협력하고 있는 많은 교회들을 곤혹스럽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로부터 피해를 줄이고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교나 이념의 벽을 넘어선 보건당국의 지도와 권고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런데 하물며 정치지도자가 자기종교의 신념을 내세워 역행하는 발언을 해서야 되겠는가?

필자는 이명박 정부시절 종교편향대책위원장으로서 시청 앞 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주도하여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낸 사실이 있다.

또다시 이러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누구를 막론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는 사회통합과 국민적 화합을 제일목표로 삼아야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은 신중하여야 한다.

우리 불교계라 해서 산문폐쇄나 법회 중단, 또는 취소가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당장 사찰에 종사하는 종무원들의 보시금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국가지정문화재인 전각과 유물의 보존관리를 위한 경비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돼서 사회와 국가적 평온을 조기에 회복하려는데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이기에 흔연히 정부시책에 선제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이 수준 높은 사회역량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줄 수 있는 때는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이다.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지도자가 사사로움이나 편향적 생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악재에 악재를 보태는 것이 될 것이다.

4.15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지도자들은 과연 정교분리 원칙에 충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코로나19의 극복에 얼마나 솔선수범하면서 지도력과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종교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민주적 정교분리의 원칙에 충실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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