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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문요한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 

기자명 박사

매 순간 마음이 깃든 몸으로 사는 법

부처님은 사념처 수행을 제안
대부분은 몸·마음 분리해 생각
저자는 몸·마음 만나는 법 전해
몸과 함께 살기위한 연습 강조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고요히, 수행자들은 무엇을 보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세계를 건너다보기 위해 수행을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수행자들이 보는 것은 몸이다. 부처님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념처 수행을 제안하셨다. ‘신수심법’ 즉 몸, 느낌, 마음, 법 중 첫 번째 집중의 대상이 바로 몸인 것이다. 몸을 들여다보면 그곳에 길이 있다. 그런데 그 몸이란 게 무엇일까? 

우리는 너무 오래 몸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몸을 마치 빌어온 말 취급하며 살았다. 말 안 듣고 고집 센데다 툭하면 탈이 나는 이 도구에 질질 끌려, 혹은 질질 끌며 살아왔다. 저자 문요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신과의사인 그는 마음과 몸이 별개라고, 몸은 뇌의 통제를 받는 부속기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몸에 대한 관심이란 기계를 정비하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신마비가 되는 생생한 꿈을 꾸고 몸에 대한 생각을 전폭적으로 바꿨다. 자발적으로 안식년을 가지고 긴 여행을 다녔다. 그는 말한다. “몸이 원해서 길 위에 섰고, 몸이 ‘이제 됐다!’고 이야기를 할 때쯤 여행은 끝이 났”다고. 

몸에 무관심하기는커녕 너무 관심이 많은 게 문제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각종 뷰티산업의 열기를 보라. 인터넷만 접속하면 온갖 의학 정보들이 넘쳐난다. 몸에 좋다는 음식, 몸에 좋다는 약, 몸에 좋다는 운동의 리스트는 매번 바뀌지만 줄어들 기미는 없다. 다이어트는 평생의 화두다. 그러나 그때의 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본이자 권력이며, 자기 관리의 증표”일 뿐이다. 몸에 대한 이런 생각은 필연적으로 마음과 몸을 단절시킨다. 이 책은 몸과 마음이 만나는 법을 알려준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바라보는 것 뿐 아니라, 행주좌와 모든 순간에 ‘마음이 깃든 몸’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알려주는 방법은 무척 쉽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갑니다” “잠이 올 때 잠을 잡니다”와 같은 조언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불행하다. 저자는 몇 시간을 자야하는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도 자신의 몸에게 묻지 않고 자료를 뒤적이는 나쁜 습관을 지적한다. 사람마다 몸에 맞는 음식이 다르고, 사람마다 꼭 필요한 수면시간이 다르다. 그것을 누가 알려줄까?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안다. 자신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살펴볼 때만 알 수 있다.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결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 그는 2주일간의 몸 챙김 훈련법을 알려준다. 2주 만이라도 실천한다면 효과가 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자. 방법은 쉽다. 1. 몸을 느끼며 잠들고, 몸을 느끼며 일어납니다. 2.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게 말을 겁니다. 3. 몸을 느끼며 씻습니다. 4. 온몸으로 식사합니다. 5. 하루 100보 몸 챙김 걷기를 합니다. 6. 하루에 2분 바른 자세로 앉습니다. 7. 몸의 요구에 귀 기울입니다. 8. 활동 중에 멈추거나 속도를 늦춰봅니다. 9. 상대와 대화할 때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봅니다. 10. 몸 챙김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자책하지 않습니다. 이중 너무 어려워서 실천할 수 없는 것이 있을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제대로 해낸다면 삶이 바뀔 것이다.

‘앙굿따라 니까야’에 따르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하나의 법이 있어, 그것을 닦고 많이 공부하면 절대적인 역겨움, 탐욕의 빛바램, 소멸, 고요함, 최상의 지혜, 깨달음, 열반을 얻게 한다. 무엇이 그 하나의 법인가? 몸에 대한 마음챙김이다.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삶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일. 오지 않은 미래도, 이미 가버린 과거도 아닌 지금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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