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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덕행 ①

기자명 박희택

지혜·자비· 복덕 갖춘 이가 대장부

제바라, 지혜·자비·복덕이 삼덕
삼덕 모두 갖춘 대장부는 붓다
불교 삼덕론은 다양하게 나와
세친, 단·지·은 불과삼덕 설해

덕행(德行)은 공덕 내지 복덕이 되는 행을 일컫는다. 대장경에는 덕행에 관한 다양한 말씀이 설해져 있다. 덕행의 관점으로 보면 앞서 다룬 행복론에서 언급한 삼학(三學)과 육바라밀 같은 덕목도 세 가지 덕행과 여섯 가지 덕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붓다의 팔정도 또한 여덟 가지 덕행이 된다. 팔정도와 육바라밀이 삼학으로 수렴되는 교학적 논의는 여기서 굳이 하지 않으려 하거니와, 다만 이들 세 덕목이 상호 긴밀한 연관을 맺으면서 전개되는 덕행이라는 점은 상기시켜 둔다.

불교의 덕행으로 먼저, 지혜와 복덕의 이덕(二德)을 거론할 수 있다. 붓다를 양족존(兩足尊)으로 존념(尊念)하는 것은 지혜와 복덕 두 덕목을 구족(具足)한 까닭에서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 또한 지혜와 복덕의 이덕을 닦으며 살아가겠다는 서원을 하게 된다. 붓다를 존념의 대상으로 향불(向佛)할 때는 지혜와 복덕이라 하지만, 붓다께서 우리를 보고 향중(向衆)하여 교화하실 때는 지혜와 자비가 된다. 자비의 덕행을 행하여 복덕을 구족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밀교에서는 지비이덕(智悲二德)을 구족한 자성신(自性身)으로서의 붓다로 이해한다.

지혜와 자비와 복덕의 삼덕을 아울러서 이해한 이는 제바라(提婆羅)이다. 그는 ‘대장부론’ 대장부품에서 “다만 복덕을 지을 뿐 지혜와 자비가 없는 이를 장부라 이름하고, 복덕과 지혜가 있음을 선장부라 하며, 복덕과 자비와 지혜를 닦는 이를 대장부라 한다(唯能作福無智無悲名爲丈夫, 有福有智名善丈夫, 若修福修悲修智)”고 정리하고 있다. 이 논은 ‘고려대장경’ 제615경으로 입장(入藏)되어 있는데, 지혜와 자비와 복덕을 모두 갖춘 대장부는 곧 붓다를 지칭한다고 하겠다. 지혜와 복덕의 이덕을 갖춘 이를 선장부라 하여 대장부와 구별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며, 선장부로 나아가야 할 과제를 안고 현재는 복덕만을 구비한 수행자를 장부로 본다.

성경 또한 향주(向主)와 복음(福音)의 덕행을 달리 표현하고 있다. 하느(나)님을 향한 세 가지 덕행을 향주삼덕(고린전서 13:13)이라 하는데, 믿음[信]과 소망[望]과 사랑[愛]이 그것이다. 복음삼덕(누가복음 4:1-13)은 복음적 권고(evangelical counsels)로써 청빈과 정결과 순명(順命)을 말한다. 청빈은 세속적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 하느(나)님의 사랑을 보다 온전하게 실천하는 것이기에 애덕에, 정결은 세속적 욕망이 아닌 하느(나)님에 집중하는 소망스런 삶을 사는 것이기에 망덕에, 순명은 자신의 세속적 뜻을 넘어서 하느(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 섭리를 오로지 믿는 것이기에 신덕에 조응(照應)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불교의 삼덕론은 제바라의 대장부삼덕 외에도 다양하게 설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삼덕론으로 불과삼덕(佛果三德)인 단덕(斷德)과 지덕(智德)과 은덕(恩德)이 세친의 ‘섭대승론석’ 제14권 등에 보인다. 단덕은 단혹수도(斷惑修道)를 말하므로 용(勇)에, 지덕은 전체를 보는 안목을 말하므로 지(智)에, 은덕은 중생구제를 말하므로 비(悲)에 배대(配對)된다. 단지은(斷智恩) 불과삼덕은 달리 표현하면 용덕과 지덕과 비덕 곧 용지비(勇智悲) 삼덕이 된다.

교학적으로 불보는 전미개오(轉迷開悟)이고, 법보는 단혹수도이며, 승보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이므로 불과삼덕은 삼보(三寶)와도 상응된다. 즉 단덕은 법보와, 지덕은 불보와, 은덕은 승보와 상합(相合)을 이룬다 또한 단혹수도가 법보와 상응되기에 법(진리)을 체로 하는 법신하고도 상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논은 단덕을 법신에, 지덕을 응신에, 은덕을 화신에 상응시키고 있다(三身卽是三徳, 法身是斷徳, 應身是智徳, 化身是恩徳). 말하자면 삼덕과 삼신(三身)의 상응인데, 용덕을 근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이 특별하다. 이것은 지덕과 은덕이 발휘된다고 하여도 단혹수도하는 용덕이 없으면 지덕과 은덕이 온전히 발휘되기 어렵다는 이치에 기반한 것이라 하겠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31호 / 2020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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