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함의 극치 ‘사경장’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정교함의 극치 ‘사경장’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 임은호 기자
  • 승인 2020.04.01 14:40
  • 호수 15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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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4월1일 지정 예고
1호 보유자에 김경호씨 인정
'사경장'이 4월1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예고 됐다. 사진은 변상도를 제작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사경장'이 4월1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예고 됐다. 사진은 변상도를 제작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인쇄술이 발달하기 훨씬 오래전, 옛사람들은 글씨를 함부로 휘갈겨 쓰는 것을 금기시 여겼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성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익히는 소중한 의식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글자 하나에도 그 사람의 됨됨이가 배어있다고 생각했고 모든 글에는 법(法)과 도(道)가 있다고 믿었다.

부처님 말씀을 옮겨 쓰는 사경(寫經)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단순히 경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신심과 원력으로 부처님 가르침에 다가가는 사경을 통해 번뇌와 망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청정한 심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교한 예술의 극치를 보이는 작업으로 ‘필사의 예술’로도 불리는 사경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4월1일 불경을 쓰는 사경 기술을 가진 장인인 ‘사경장(寫經匠)’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김경호 회장은 40년 넘게 사경 작업에 매달려온 장인으로 오랜 기간 문헌과 유물을 통해 사경을 연구하고 기술로 승화시킨 점을 높이 평가받아 1호 보유자의 영예를 안았다.

경을 필사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경을 필사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와 경전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변상도(變相圖) 제작, 신장상(神將像)‧불보살(佛菩薩)‧꽃‧풀 등으로 표지를 장식하는 표지 장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사경 제작에는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숙련된 기능은 물론이고 경전의 오탈자가 없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제작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경호 사경장은 사경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되살린 주역으로 평가된다. 40여년의 작업을 통해 전통 사경체(寫經體)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아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사경장 첫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 예고 된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의 작품. 문화재청 제공.
사경장 첫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 예고 된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의 작품. 문화재청 제공.

우리나라 사경의 역사는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경은 372년(소수림왕 2) 공식적인 불교수용과 더불어 경전을 세상에 널리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사경의 목적을 상실하게 됐고 점차 스스로 공덕(功德)을 쌓는 신앙적인 면을 강조하는 의미로 변화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은 통일신라 시대(745~755년) 경덕왕 때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가 되면서 국가 발전과 개인의 복을 기원하기 위한 사경이 전성기를 맞았다. ‘고려사(高麗史)’ 등에 따르면 국가에서 사경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관을 운영했고 당시 사경은 국가 최고 역량을 동원한 당대 문화의 집약물이었다.

특히 국보 제 235호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등 금자(金字)와 은자(銀字) 형식의 사경이 많이 제작됐다. 충렬왕 때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을 파견하는 등 대외적으로 고려 사경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다.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의 기조가 되면서 쇠퇴했으나 일부 왕실과 사찰에 의해 명맥은 유지됐다.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 문화재청 제공.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신규종목으로 지정 예고한 ‘사경장’과 보유자로 인정을 예고한 김경호 사경장에 대해 4월30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보유자 인정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문화재청 제공.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문화재청 제공.

 

사경 작업을 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사경 작업을 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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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밝은 사람 2020-07-06 13:17:04
중요무형문화재 사경장 선정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진실을 밝혀서 정당성을 입증해야 불교계에 누가되지 않을 것이다.
불경을 사경하는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가 최초로 선정된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 선정과정에서 형평성에 논란이 있었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불교계에 오명으로 남을 수 있으니 진실을 먼저 밝혀야 될 것이다.

http://www.newscore.kr/1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