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큐베이터 속 우리 아기에도 희망 전해지길”

  • 상생
  • 입력 2020.04.03 20:35
  • 수정 2020.04.03 21:22
  • 호수 1532
  • 댓글 1

베트남 출신 넉씨, 7개월만 몸무게 1.5kg 아이 조기출산
병원비 1000만원 절망 속에서도 아기 건강 발원 기도만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7개월만에 1.5kg로 세상에 나왔다. 아이는 스스로 호흡하는 것이 힘들어 인큐베이터에 의지해 숨 쉬고 있다.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7개월만에 1.5kg로 세상에 나왔다. 아이는 스스로 호흡하는 것이 힘들어 인큐베이터에 의지해 숨 쉬고 있다.

베트남 시골 마을에서 5형제 중 장녀로 태어난 넉(27)씨는 부모님 농사일을 매일 도우며 동생들을 보살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학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을 설득해 겨우 마련한 등록금으로 전기전자 전공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그즈음 사랑도 찾아왔다. 같은 과에서 함께 공부해온 완중(28)씨다. 그들은 첫눈에 반해 4년간 알콩달콩 사랑을 키웠다. 졸업과 동시에 평생을 같이하자 약속했고 행복하겠다 다짐하며 결혼식을 치렀다.

넉씨는 결혼 1년 만에 첫째 딸 녹항을 출산했다. 부부는 행복했고 책임감도 막중했다. 남편 완중씨는 전공을 살려 한국계 전기전자 회사를 다니며 가족을 위해 돈을 벌었다. 50만원의 월급을 받았던 그는 한국말을 잘하면 연봉을 2배 올려준다는 회사의 제안을 받았다. 아직 어린 첫째 딸 녹항이 마음에 걸렸지만 가족의 생계와 동생들 교육비까지 책임져야 했던 부부는 친정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2017년 한국행을 결정했다.

유학비자로 한국에 온 부부는 친척들에 돈을 빌려 마련한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다. 부부는 오전에 한국어 강의를 들었고 이후에는 미싱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생 신분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주 20시간으로 한정돼 있어 많은 돈을 벌 수 없었지만 알뜰살뜰 저금해 베트남으로 월 30만원의 생활비를 보냈다. 넉넉하지 않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견뎌냈다.

부부에게 두 번째 선물이 찾아온 건 2019년 추석이었다. 음식냄새를 맡고 역겨움을 느낀 넉씨는 병원을 찾았다. 임신이었다. 그녀는 3월19일 여느 날과 같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집 근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주치의는 혈압이 너무 높고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의 심장소리에 문제가 있다며 곧바로 큰 병원에 가 재검사할 것을 권했다.

대학병원 도착 후 아이의 맥박이 약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산모와 아이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의사는 응급제왕절개를 진행했다. 아이는 임신 7개월, 몸무게 겨우 1.5kg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 신체와 장기가 전부 갖춰지는 40주를 채우지 못해 아이는 스스로 호흡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현재 아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산소호흡기가 달린 격리 보온기기)에 의지해 숨 쉬고 있다. 넉씨는 아이에게 젖 한번 물리지 못했다. 3일에 한번 저장한 모유를 병원에 전달하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모유는 가느다란 호수를 통해 아이에게 전해진다. 조산으로 모유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아이에게 꼭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넉씨 역시 갑작스러운 수술로 온몸이 붓고,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아픈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하루 한번 허락된 면회 시간에 누구보다 일찍 나와 기다린다. 매일 조금씩 올라가는 몸무게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눈빛에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면회 조건이 까다로워져 요즘은 그마저도 힘들다. 그녀는 중환자실 앞에서 휴대폰 속 아기 사진만 매만질 뿐이다.

부부에게는 조산의 충격만큼이나 큰 문제가 있다. 남편 완중씨가 일하는 미싱공장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3개월 전부터 생계수단을 잃었다. 아이가 입원한지 13일. 병원비는 1000만원이 넘었다.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가 더 큰 근심이다.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정신도 없었다는 부부는 아이의 건강만을 발원하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