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길

기자명 이병두

벌써 여러 달째 ‘웬만한 현미경으로는 알아볼 수도 없는 초미세 존재인 코로나 바이러스-19(약칭 COVID-19)’가 온 세상을 떨게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전 세계의 교육‧종교‧문화예술‧체육 관련 시설들이 거의 문을 닫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전국 사찰을 찾는 발길도 거의 끊겨서 “절간 같아요!”라는 말이 오가는데 이 말을 하는 이나 듣는 이나 가슴이 멍하다. “어쩌다 이 상황까지 왔을까? 언제 이 비상사태가 끝날까?” 스스로에게 묻고 가족‧친구‧도반들과도 물음을 주고받지만 대부분 아무 답도 못한다. 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글쎄, 좋아지지 않겠어….” 정도에 머물게 된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정은 나은 편이다. 서유럽과 미국은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서, 14세기 말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을 때 “시신이 넘쳐나 한 구덩이에 일곱‧여덟 구씩 그냥 파묻는 일이 허다했다”고 했던 이탈리아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런 재앙까지 가지 않게 하려고 세계 곳곳에서 주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멈추고 돈의 흐름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이 멈춤이 장기화되면 전 세계 인류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자칫 ‘세계경제공황’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그보다도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심리적 공황 상태’를 전 인류가 겪게 될까 봐 걱정스럽다.

불교계는 이번 COVID-19 사태 초기부터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곳이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우리 스스로 살고 이웃과 세상을 살리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와 법회를 모두 중지하고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와 연등회를 음력 윤달 4월 8일로 한 달 미루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사성제에 답이 있을 것이다. ‘고(苦)’ 온 세계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힘 있는 사람이나 나라라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집(集)’ 이 고통의 원인은 초미세 존재인 바이러스이다. ‘멸(滅)’ 이 고통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까지 아주 어두운 미래를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필품 사재기처럼 “나 혼자 살 길을 찾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은 고통을 더 깊게 할 뿐이다. ‘도(道)’ 이 고통을 끝내는 길이 분명히 있다. 가족에서 시작해 가까운 이웃부터 이 길을 함께 가도록 인도해줄 수 있다. 불자라면 각기 이 길을 확실히 체득하고 그 길로 한 사람, 한 사람씩 인도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 길은 뜻밖으로 어렵지 않다. “①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②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 ③외국 방문 후 호흡기증상자는 관할보건소 혹은 지역 콜센터 1339와 상담하기, ④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에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 ⑤해외여행 사실 보건당국에 알리고 검사 받기, ⑥가능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기. …”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고통 끝내기 길’이다. 이번 사태 초반부터 한국 불교계가 결정해 실행한 조치들은 바로 이 ‘고통 끝내기 길’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생수와 성금을 전하며 정성껏 준비한 사찰음식을 전해주는 일, 이것이 보살행을 실천하는 불교의 본래 모습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비상 상황이 진정된 뒤, 심리적인 고통을 많이 겪은 이들을 위한 특별 템플스테이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이처럼 COVID-19의 ‘재난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부터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불교의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 부처님 제자들이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묵묵히 그 일을 실천하는 이가 보살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