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와 분야 포괄한 1700년 한국불교사

  • 불서
  • 입력 2020.04.06 13:55
  • 호수 1532
  • 댓글 0

‘한국불교사’ / 정병삼 지음 / 푸른역사

‘한국불교사’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대략 1700년이 흘렀다. 372년 고구려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정확하게는 1648년, 그 긴 세월 동안 불교는 신앙으로, 혹은 왕권의 버팀목이나 호국의 방패로 우리 역사의 영욕을 함께 했다. 뿐만 아니다. 불교는 각 시대마다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한 축을 형성했다. 때문에 불교를 빼놓고 한국사를 말할 수 없다. 오늘날에도 세간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이판사판’ ‘야단법석’ 등의 말 역시 불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교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여러 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한국 문화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불교의 역사는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몫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 책 ‘한국불교사’는 그러한 한국불교의 면면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1700년 한국불교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책은 특히 1987년 김영태(전 동국대 교수)의 ‘한국불교사개설’ 이후 30년이 넘어 선보이는 한국불교 관련 통사(通史)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가 그간 신라불교 연구에서 시작해 조선시대 스님들의 문집 전반을 검토하고, 고려 고승들의 비문과 고려대장경판 정리 작업을 맡기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료 분석과 현장 경험을 더하고, 학계의 연구를 취합하는 학문적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해 엮었다.
 

경주 불국사는 사상과 신앙에 과학적인 문화 능력을 융합해 이루어낸 신라 문화의 결정체로 불린다.
경주 불국사는 사상과 신앙에 과학적인 문화 능력을 융합해 이루어낸 신라 문화의 결정체로 불린다.

그래서 책은 시대를 꿰고 사상‧정치‧문화를 아우른 입체적 서술임에도 촘촘하다. 1부 ‘삼국시대-불교의 수용’에서 2부 ‘통일신라-불교사상과 신앙의 정립’, 3부 ‘고려전기-사상의 다양성과 불교’, 4부 ‘고려후기-사회변동과 불교’, 5부 ‘조선전기-성리학 사회와 불교’, 6부 ‘조선후기-산사 불교의 독자성’, 7부 ‘일제의 국권 침탈과 불교 근대화’, 8부 ‘현대 한국불교-산업사회시대 불교의 지향’까지 시대를 나눠 불교와 왕실, 정치적 사회적 역할을 정리했다.

저자는 서설에서 유교‧도교‧토착신앙과의 관계, 국가와의 관계, 한국불교의 특성-조화와 융합, 종파, 오교-양종 등 이 책에서 다룬 굵직한 주제를 제시해 독자들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와 함께 ‘호국불교설’ ‘기복불교설’ ‘통불교설’에 대한 반론을 통해 한국불교에 대한 일반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관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근대사회의 시대별 시대의식과 역사적 과제와 연관한 이해 없이 불교의 광범위한 역할 중 한 면모만 취한 것이 ‘호국불교설’이고, 개인과 사회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종교의 기본 성격을 고려하면 ‘기복불교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이처럼 정치‧사회‧문화를 아울러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으면서도 “근현대 불교사를 본격적으로 서술하지 못하고, 조선 유학사상사와 유학자들의 불교인식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부족으로 조선시대 불교의 의의를 바르게 밝히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고구려에서 20세기까지, 그리고 그 기간에 활동했던 선지식들의 사상과 곳곳에 터 잡은 명산고찰을 비롯해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의 흐름과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은 한국불교사를 통해 우리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3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