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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욕계제천중의 해탈문과 게찬 ①

기자명 해주 스님

모든 해탈문으로 얻은 결과는 부처님 공덕세계이며 해탈기연

7류중 성취한 해탈경계, 73개 해탈문과 72개 게찬으로 펼쳐
자재 타화자재천왕 게찬, 부처님 중생 앞 현전 깨우침 찬탄
해탈문 통해 얻은 불공덕과 불공덕 얻는 해탈문은 인과불이 

‘화엄경’ 제1권 변상도의 주불.
화엄경 제5권 변상도의 주불.

색계제천중에 이어서 욕계제천중의 해탈문과 게찬이 ‘화엄경’ 제2권 (세주묘엄품 2)의 마지막까지 계속되어 있습니다.

욕계의 화엄성중은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 화락천왕(化樂天王),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 수야마천왕(須夜摩天王), 삼십삼천왕(三十三天王) 등의 다섯 천왕과 해[日天子] 와 달[月天子] 두 천자를 합해서 7류중입니다. 앞에서 본 색계 5류중과 합한 12류중이 상계의 화엄성중에 속합니다. 

사왕천도 욕계이기는 하나 사천왕(四天王)은 중계의 팔부사왕중에 속하고, 무색계는 물질세계가 아니므로 화엄성중의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림1
그림1

 

 

그림2
그림2

욕계제천중의 해탈경계를 구체적으로 만나보기 전에 해당 변상도를 잠깐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림1><그림2>는 ‘화엄경’ 제1권과 제2권의 변상도에서 네모 속에 밝혀 둔 대중들의 이름과 수 등을 읽기 쉽게 한글로 덧입혀 본 것입니다.

변상도에 그려져 있는 ‘화엄경’의 주불은 다 지권인(智拳印)의 손모양[手印]을 한 법신 비로자나불입니다.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신 정각불은 석가모니불인데, ‘화엄경’의 부처님은 법·보·화 삼불이 원융하므로 석가모니불이 곧 비로자나불입니다. 그래서 비로자나불을 사바교주라 함도 앞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사바세계 또한 화엄정토인 연화장세계이니, 이 점은 ‘화장세계품’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리도량에 모인 청법 대중들을 변상도에서는 ‘10보명보살(十普名菩薩)’ ‘10이명보살(十異名菩薩)’ ‘40성중(四十聖衆)’이라 명기하고 있습니다. 

10보명보살은 보현보살을 위시해서 ‘보(普)’자 돌림자의 10보살이고, 10이명보살은 보자 돌림자가 아닌 이름의 10보살을 말합니다. 그리고 40성중은 보명과 이명의 보살들을 합한 보살 대중[同生衆]과 39류의 화엄성중[異生衆]을 통칭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보면 동명과 이명의 보살들을 제외하고 따로 40중이 있는 것으로 읽혀지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총 42류인 것으로 헤아려지며, 40중은 39류의 화엄성중과 의보장엄에서 출현한 보살대중들을 합해서 말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39류의 화엄성중 가운데 욕색제천중이 12류중인 것은 제2권 변상도에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그림2>를 보면 항상 부처님을 따라 모시는 상수중회[常隨衆會]가 있고, 대자재천왕·광과천왕·변정천왕·광음천왕·대범천왕(색계5류중)이 게찬하였음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욕계천왕인 타화자재천왕 내지 월천자 등 7류중도 함께 보입니다. 

이 욕계천왕들의 해탈문과 게찬을 구체적으로 만나보기 전에, 먼저 7류중에 대해 대강 알아보겠습니다. 처음의 타화자재천왕은 욕계 6천의 여섯째 하늘인 타화자재천을 다스리는 천왕입니다. 색계와 마찬가지로 욕계의 천왕과 그 천왕이 다스리는 하늘은 정보와 의보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고, 교화하는 자[能化]와 교화대상[所化]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타화자재천왕은 다 부지런히 자재한 방편과 광대한 법문을 닦아 익혔으므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즐거움을 얻게 함으로써 자기의 즐거움을 삼는 것이 자재하므로 타화자재라 합니다. 

그런데 타화자재천은 욕망이 있는 욕계의 최고 높은 곳이니만큼 마왕의 주처이기도 합니다. 수행자의 ‘도가 높으면 마가 성하다는 도고마성(道高魔盛)’의 뜻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다음 화락천왕은 선화천왕(善化天王)이라 불립니다. 자기의 변화로 모든 즐길거리[樂具]를 지어서 스스로 오락함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선화는 남을 범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선변화(善變化)입니다. 

다음 도솔타천왕은 도솔타천을 다스리는 천왕입니다. 도솔타천은 도솔천이라 줄여 부르며 지족천(知足天)이라 번역됩니다. 이곳은 비록 윤회를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가장 복이 많은 중생들이 태어난다고 해서, 도솔왕생을 발원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는 한문을 ‘구(口)’ 중심으로 사방에 배치한 하나의 글자로 만들어 부자부적으로 지니기도 합니다. ‘나는 오직 만족할 줄 안다’라는 것이니, 만족할 줄 아는 지족이 부자라는 뜻입니다. 

도솔왕생을 발원하는 또 다른 이유로 도솔천이 일생보처보살이 머무는 곳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도솔천 내원궁이 당래에 미륵불로 오실 미륵보살의 주처이고, 석가모니 부처님도 도솔천궁에서 호명보살로 계셨습니다. 이 도솔천궁으로부터 사바세계로 내려오신 것은 부처님께서 인천복을 구하러 오신 것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부처님은 재세당시 재가자들에게 보시하고 계를 잘 지키면 복 많은 하늘에 태어난다는 시·계·생천(施戒生天)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반면에 인천복보(人天福報)에 뜻이 없는 출가사문들에게는 바로 열반을 증득할 수 있는 사성제(四聖諦) 법문을 설하셨던 것입니다. 

다음 수야마천왕의 수야마천은 야마천이라 줄여 부르기도 합니다. 번역하면 선시분천(善時分天)이니, ‘수’는 선(善)이고 ‘야마’는 시간[時分)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곳은 밤낮의 구분이 없고 연꽃의 개합으로 시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수야마천왕이 염마왕인 염라대왕이라고 전해져옵니다. 

다음 삼십삼천왕은 도리천왕입니다. 도리는 삼십삼을 뜻하니 수미산 정상의 중앙에 있는 제석천과 사방의 각각 여덟 하늘을 합해서 삼십삼천입니다. 제석천왕은 수미산 중턱에 있는 사왕천의 사천왕을 거느리고 인간계를 살펴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중요한 신으로 믿어져 왔는데, 화엄회상에서는 삼보를 옹호하는 화엄성중에 속합니다. 이상에서 화락천을 제외한 네 곳은 ‘화엄경’의 설법처이기도 합니다. 

다음 일천자(日天子)는 해를 가리키는 것이니, 우주를 밝게 비추는 햇빛은 밝은 기운의 원천이고, 천자는 자재·광명·청정의 덕목이 있음을 뜻합니다. 또 월천자(月天子)는 달을 가리키는 것이니, 달은 청량한 자비로 생사의 긴 밤을 비추는 공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해와 달은 허공에 있어 위치가 높으나 아래를 비쳐 이익케 하므로, 지혜는 매우 높되 행은 더욱 낮은데 이르는 상징성을 지닙니다. 또 수미산 주위에 떠 있으면서 중생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있어서 상계의 욕계제천중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의 일곱 부류 화엄성중들이 다 부지런히 수행하였음을, 제1권에서는 차례로 ⓵다 부지런히 자재한 방편과 광대한 법문을 닦아 익혔으며 ⓶다 부지런히 일체 중생들을 조복하여 해탈을 얻게 하였으며 ⓷다 부지런히 모든 부처님의 명호를 기억해 지녔으며 ⓸다 부지런히 광대한 선근을 닦아 익혀서 마음이 항상 기쁘고 만족하며 ⓹다 부지런히 일체 세간의 광대한 업을 일으켰으며 ⓺다 부지런히 닦아 익혀서 중생들을 이익케 하여 그 선근을 증장하였으며 ⓻다 부지런히 중생들의 마음 보배를 나타내는 공덕을 지녔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각기 달리 성취한 해탈경계는 총 73개 해탈문과 72개 게찬<표6>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이 모든 해탈문으로 얻은 결과는 부처님의 공덕세계이고, 부처님의 공덕 또한 해탈을 얻게 하는 기연(機緣)이 되고 있습니다. 즉 해탈문을 통해 얻은 불공덕과, 불공덕을 얻을 수 있는 해탈문이 둘이 아니라서 인과동시로 화엄법계가 장엄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에서는 이중에서 제일 먼저 타화자재천왕의 해탈경계를 보여줍니다. 타화자재천왕 가운데 대표 천왕의 이름은 자재입니다. 이 자재천왕은 색계의 대자재천왕이 아니라 자재라는 이름을 가진 욕계의 타화자재천왕입니다. 이 천왕은 ‘눈앞에 나타나 한량없는 중생들을 성숙시켜 자재하게 하는 창고해탈문(現前成熟無量衆生自在藏解脫門)’을 얻어서 그 이름이 자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공덕세계를 다음과 같이 게찬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몸이 두루하여 법계와 같으셔서/ 널리 중생들에게 응하여 다 앞에 나타나심이라/ 갖가지 가르침으로 항상 교화하시어/ 법에 자재하게 능히 깨닫게 하시도다.

불신주변등법계(佛身周遍等法界)
보응중생실현전(普應衆生悉現前)
종종교문상화유(種種教門常化誘)
어법자재능개오(於法自在能開悟) 

부처님께서 중생들 앞에 나타나셔서[現前] 자재하게 깨닫게 해주심을 찬탄한 것입니다. 여기서 앞에 나타나신다는 현전의 의미를 잠깐 주목해보겠습니다. 현전이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니 중생들에게 눈으로 확실히 보고 알 수 있게 해주시는 것입니다. 

중생들은 눈으로 직접 보게 되면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중생들의 눈이 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완전한 것인지 의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중생들 앞에 현전하여 중생들을 성숙시켜 자재하게 하는 것이 해탈문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눈에는 육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십안(十眼)이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보살행으로 수많은 해탈문을 성취하여 평등법계를 보는 보안(普眼)을 얻었습니다. 보안은 부처님의 지혜의 눈으로서 일체지안(一切智眼)입니다. 

부처님께서 현전하셔서 교화해 주심은 중생들이 부처님과 같은 지혜의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주시는 것입니다. 스스로도 현전하여 중생들을 성숙시켜 자재하게 할 수 있음을, 자재 타화자재천왕의 해탈문이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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