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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명상과 우울증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흘러가는 사건일 뿐

세계 인구 7% 우울증에 시달려
문제 곱씹음으로써 불편함 키워
피하지 말고 오고감 지켜보아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전 세계인구의 약 7%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래에는 암이나 심장병보다 우울증이 더 심각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인구의 약 10% 정도가 평생에 한 번은 임상적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우울증이 중년기 후반에나 나타나는 질병이었으나, 이제는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이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 재발 가능성이 그 어느 병보다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행복과 만족이 아니라 불행감, 우울, 불안이 인간의 보편적인 일상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지나친 억측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은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무거운 기분에 압도되어 자기만의 생각에 깊이 빠지고 이를 반복적으로 곱씹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의 감정 엔진이라고 불리는 대뇌변연계가 지나치게 자극을 받거나,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대뇌변연계의 활동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마크 윌리엄스와 존 티즈데일,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진델 시걸이 만든 프로그램이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 치료(MBCT)’다. 이는 존 카밧진의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바탕으로 마음챙김 움직임, 마음챙김 식사, 바디 스캔(body scan)과 같은 것을 추가하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 8주 코스로 되어 있으며 3개월마다 재교육하는 방식으로 12개월 동안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두 시간씩 집중 수행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도 과제를 수행한다. 이러한 수련을 통해 몸의 감각, 생각, 감정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법을 배우게 되고, 기분이 막 가라앉기 시작할 때 어떤 신호가 오는지에 대한 알아차림이 커지게 된다. 

여기서 관건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 내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가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몸의 감각 등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다. 이때 어떠한 경험을 하더라도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식하고 흘러가는 사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괴로운 감정이나 생각, 감각과 싸우거나 굳이 억누르고 피하지 말고 그저 그것들이 오고감을 지켜보도록 가르친다. 호기심과 자비를 가지고 생각이나 감정, 감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에게 어떤 생각의 습관이 있는지, 또한 생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는지를 객관화해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알아차림이 확장된다. 그리고 자신이 겪는 문제를 곱씹음으로써 오히려 불편감을 키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린다. 이를 통해 우울증을 촉발하는 부정적인 기분과 생각 사이에 있는 오래된 연관성을 지켜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환자들은 우울한 생각을 절대적 진실이 아닌 단지 ‘마음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단순하게 여기도록 배운다. ‘생각은 진실이 아니며 그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그냥 두면 왔다가 사라지는 거야’ ‘이에 반응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며 관찰하면 돼’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법을 훈련하면 우울증으로 굳어진 뇌 회로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 일시적인 슬픔을 우울증으로 거대하게 부풀리는 생각의 패턴 때문에 뇌의 특정 회로가 강화되었다면 이 회로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마치 불꽃과 불쏘시개 사이에 석면으로 방화벽을 세우는 것과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뇌가 서서히 재형성된다. 이처럼 마음챙김 명상은 뇌의 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우울의 패턴에서 더 쉽게 벗어날 수 있게 한다. 결과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병원을 찾는 횟수가 더 적으며, 만약 병원에 입원한다고 하더라도 입원하는 시간이 더 짧아진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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