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부터 한시를 읊어 왔는데 그간 600여 수의 근체시를 지었고, 그 가운데 춘시(春詩)를 골라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만 시란 그 사람의 사상과 예술적 성향이 압축되어 있기에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중진 서예·전각가 국당 조성주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4월15~28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2012년 5월 ‘법화경’을 완각해 가진 ‘완각 하이퍼 전각 법화경 불광(佛光)전’ 이후 8년만이다. 평범하지 않은 차별화된 작품을 펼쳐온 그는 한국미술관 2층과 3층 전관에서 ‘난장(亂場), 동상이몽(同想異夢)_봄날은 간다’를 주제로 400여 작품을 선보인다.
조 작가는 1997년 ‘금강경’ 5400자를 10여년에 걸쳐 1200방의 낙관석에 모두 새겨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012년에는 ‘법화경’ 7만여자 전문을 5톤가량의 낙관석 인재에 불화(佛畫)와 새겨 펼쳐 보였다. 또 대구 동화사에 가로 25m, 높이 2.5m의 ‘법화경’ 석각 벽화를 제작했다. 이번 개인전도 그동안 작업한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펼쳐 보이는 새로운 전시다.
한국미술관 2층에는 250여점의 필묵 작품을 선보인다. 서체별로는 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한글 등 각체가 고루 전시되며, 행초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의 자작 한시 중 ‘봄’을 소재로 한 한시를 골라 작업한 것이 80%에 이른다. 해서 2층 전시의 주제는 ‘희묵도지(戱墨塗之)-자작 봄시(春詩)로 꽃봄을 디자인하다’이다.
한국미술관 3층은 ‘종심난필(從心亂筆)로 봄의 향기를 칠(漆)하다’를 주제로 140여점이 전시된다. 이곳은 전통 서예가가 서양화 캔버스에 그리고 디자인한 심화(心畵) 작품들로 채워진다. 서양화인지 디자인인지, 아니면 서예인지 분간이 어려운 작품들이다. 조 작가는 “그저 영감대로 그리고, 칠하고, 뿌리고, 흘리고 하였다”며 이를 ‘심화(心畵, Mind painting)’라고 정의했다.
작가의 스승 구당 여원구 선생은 “서예가로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펴 보이는 이 펼침은 종래와는 사뭇 다른 전시회로 보인다”며 “서양화 소재에 서예와 다자인을 접목시킨 그림은 다채롭게 진일보하여 매우 흥미있고 고무적이다. 긴 세월 수련해온 그의 역량을 새롭게 발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주 작가는 “70회의 봄을 보내며 확인한 것은 봄은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간다는 것이고, 여전히 가는 봄은 내년이면 또 다른 온다는 것”이라며 “내년의 봄은 올해의 봄과 다를 것이고, 올해의 가는 봄은 내년에 오는 봄을 맞는 또 다른 시작일 것”이라고 이번 전시에 대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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