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세연’의 불상 모독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4.10 20:14
  • 수정 2020.04.20 11:01
  • 호수 1533
  • 댓글 1

대북 대응 비꼬기 위해
부처님 모습 끌어들여
패러디도 ‘선’은 지켜야

‘논란제조기’라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부처님 모습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했다는 유튜브채널 가세연 쇼핑몰에는 부처님이 그려진 하얀 티셔츠가 2만원에 팔리고 있다. 원형 안에 가부좌한 부처님을 디자인하고 그 밑에 ‘VARSACE’라는 뜻 모를 영문이 새겨져있다. 하지만 그 옆의 티셔츠를 보면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원형 안에 부처님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사일이 그려져 있다. 이 티셔츠에도 ‘VARSACE’라는 동일한 글자가 있다.

티셔츠는 북한이 지난해 5월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던 사건을 희화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늘 오후 4시29분과 4시49분께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밝혔었다.

가세연은 합참이 발사체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발사 지역까지 번복 발표하는 상황을 비꼬았다. 가세연이 제작한 티셔츠에 뜬금없이 불상이 등장한 것도 합참이 ‘불상 발사체’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자세하지 않다는 불상(不詳)과 부처님을 형상화한 불상(佛像)의 한글 독음이 동일한 것에 착안해 불상과 발사체(VARSACE)를 넣었다.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처님 모습을 끌어들여 도안한 티셔츠였다. “북괴가 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불상발사체”라는 극우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BTN 보도로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4월9일 “폭력과 살상의 전쟁무기를 부처님과 연결시키고 티셔츠를 대중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교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려는 악의적 의도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로 가세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논란과 갈등을 낳을 것임을 인식해달라”며 티셔츠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운영하는 가세연은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이곳 간판격인 강 변호사는 2010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당시 대학생들에 대한 막말로 당적이 제명되고, 정치인과 연예인들을 잇따라 고소·고발하면서 ‘고소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치를 중단하고 방송에 진출했지만 불륜설로 방송계를 떠났던 그가 활동을 재개한 것이 유튜브였다. 보수층을 겨냥한 자극적인 발언과 의혹들을 수시로 제기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고 동시에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가세연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장관 딸이 고급 중식당에서 호화파티를 벌였다는 영수증을 제시하며 온갖 조롱을 이어갔다. 얼마 뒤 가세연이 제시한 영수증이 가짜로 드러났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일파만파 퍼진 뒤였다. 지난 3월3일에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용산구 효창운동장을 찾아 악수하는 사진을 공개한 뒤 상대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이 정치권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님을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2월20일부터 3월18일까지 유튜브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확인 결과 8건 중 6건이 가세연이 내놓은 미확인 정보였다고 한다.

가세연은 자신들 언행이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음을 걱정 않는 듯하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많은 사람들을 유튜브로 끌어들여 금전적인 이해를 취하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비판도 패러디도 좋지만 지켜야할 선도 있다. 부처님은 전쟁과 폭력 자체를 부정했다. 율장에서는 무기를 지닌 이와 함께 가거나 법을 설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그럼에도 가세연은 부처님 모습을 살상과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고, 지금껏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말 소중한 것은 남겨둬야 한다. 부처님의 희화한 가세연의 행위는 불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일 뿐 아니라 인류가 기대고 의지할 소중한 영역까지 망가뜨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mitra@beopbo.com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