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와 신행문화

기자명 우봉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0.04.13 11:21
  • 수정 2020.04.13 11:23
  • 호수 1533
  • 댓글 0

코로나19가 불쑥 나타나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해친지 벌써 석 달째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사람 사는 세상은 엄청난 충격을 겪고 있다. 물론 경제 분야의 충격이 크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들 간의 관계 방식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혼란스럽다.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화되면서 당장 관혼상제의 기존 예법이 변하고 있다. 일례로 문상을 못 받자 부고장에 계좌번호를 적는 것이 배려가 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대중이 모여 성직자의 인도를 받았던 기존 신행이 줄고 개개인의 직접신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사람간의 만남의 양태는 많이 변해왔다. 도시가 탄생하면서 빈번한 접촉이 가능해졌고, 전화 등 통신수단의 발전에 따라 공간을 초월한 접촉이 가능해졌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람간의 비대면 접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대면접촉은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지난 과거의 변화는 접촉의 편리성에 따랐다면, 지금은 두려움에 따르기에 본질적으로 틀리다고 하겠다. 그러나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에서 적게 만나면서 살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현대가 특이한 상황이라는 것도 기억하자. 

우리 불교의 신행을 살펴보자. 요즘에야 사찰에 자주 참배하고 스님들도 뵐 수 있지만 과거에는 어려웠다. 교통이 불편한 시대에 사찰에 간다는 건 특별히 큰맘 먹어야 했던 일이다. 

정초, 입춘, 초하루, 초파일, 백중, 동지가 돼야 절에 간다는 관념이 지금도 농촌에는 남아있다. 신라나 고려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 시대에는 가정에 작게 불단을 모시고 매일 조석으로 염불하고 부처님께 기원했던 개인적 신행문화가 있었다. 여행 시에도 불감을 모시고 발원의 형식으로 부처님과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현재도 일본이나 중국에 가면 이러한 신행문화가 남아있다.

사찰이 신행의 중심이지만 조석 참례가 어려운 상황, 스님과 도반들과의 빈번한 접촉이 어렵던 시절에 스스로의 발원과 수행으로 신심을 다져나간 것이다. 

사찰법회 중심인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게 일상 개인 신행이 중시되는 대만은 불자들의 신심이 견고하다고 한다. 대만의 불교를 중흥한 성운대사는 불교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하신 스님이다. 이 분의 저서인 ‘부처님 광명 기원문(운주사,2018)’의 자서(自序)를 보면 12세 출가 후 평생을 조석으로 부처님께 발원하였는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수행이며 스스로를 교화시키는지 잘 나온다. 

“‧‧‧일상 생활에서는 이 발원에 의지해야만 인간 세상에 희망이 있고, 인생이 더 나아질 수 있으며, 인격이 원만하게 완성될 수 있습니다. ‧‧‧ 여러분께서 시간에 구애 없이 매일, 특히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낭송하여 자신의 신심을 고취시키고 자비와 도덕을 증진시키는 기회로 삼으며, 제불보살과 소통하고 사회대중의 요구를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현재 인류는 서로를 가까이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중이다. 어떤 사람은 미래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 겁을 준다. 세상의 구조는 언제나 변했으니 거기에 맞춰지겠지만 개인이라는 최소단위는 변치 않을 것이다. 자등명법등명의 유훈은 어떤 세상에서도 유효하다. 스스로의 의지와 경험이 신행의 기초이다. 집에서도 열심히 정진하는 신도들이 많지만 느슨해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느슨해져도 조석 발원만은 놓치지 말자.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불자들 스스로 부처님과 대화하고 스스로 원력을 세워 실천하는 신행문화가 확산된다면 불행 중 다행이 될 것이다. 모두 건강하고 지혜롭게 이겨내시길 기원드린다.

우봉 스님 서울 호압사 주지 wooborn@hanmail.net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