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배워야만 하는 이유
62. 배워야만 하는 이유
  • 법장 스님
  • 승인 2020.04.13 16:44
  • 호수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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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족함 인정하고 배우려는 게 불자 기본

아이들 그 자리서 배우고 익혀
어른들 배우는 것 자체 어려워
‘주불청법계’ 배움의 자세 제시
인간, 완벽하지 않기에 배워야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다. 나쁜 의도를 갖는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악한 경우도 있으나, 생활 속의 대부분의 실수는 우리의 부족함에 의해 의도치 않게 생겨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생기는 실수나 운전 중에 끼어들기를 하거나 주차를 하다가 생기는 실수 등 우리는 수 많은 일상 속에서 여러 실수와 만나며 항상 무언가 부족함이 가득한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이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좋아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배우고 익힐 수 있으나 어른이 되면 될수록 고정적인 생각이 깊어져서 자신을 낮추고 다른 것을 배우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완벽할 수 없으며 항상 무언가를 익히고 배워야 한다. 모두가 부족한 존재이기에 사회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함께 돕고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불교는 깨달음이라는 목표를 향해 수행하는 종교이다. 승가라는 수행공동체에서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되어 돕고 배우는 삶을 추구한다. 이런 불교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며 배움을 멀리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청하지 않는 것을 죄로 정하고 있다. 

‘범망경’의 제6경계인 ‘주불청법계(住不請法戒)’에서는 함께 불교를 믿고 수행하는 사람이 승가나 집에 찾아올 경우 정성을 다해 맞이해주고 그에게 하루 세 번 설법을 청해야 하며 절대로 화를 내거나 근심하고 괴로운 마음을 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보다 자신의 의견을 수그러뜨리고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친구나 가족 간에 생기는 다툼을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말싸움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남의 말이나 생각을 인정해주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인 것이다.

불교에서 절대적 가치를 갖는 것은 오직 ‘법(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으신 바이고 모든 불교의 토대이며 완성인 것이다. 이러한 불교에서의 법은 어떠한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변화되고 그것을 전하는 사람에 따라 표현이 다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법을 배우고 얻으려고 하는 자의 마음가짐이다. 법이란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보다 불교적인 삶을 추구하거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그렇게 추구하는 바에 대한 자신의 마음가짐을 살펴보아야 한다. 단순히 자신만을 내세우고 지금에 대해 불평한다면 그 누구도 나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누구라도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배움을 청해야 하고 반대로 누군가가 배움을 원한다면 성실히 그를 돕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주불청법계’에서 말하는 배우고자 하는 수행자의 참다운 자세인 것이다. 

‘유교경론’에서 “지혜(법)이라는 것은 고통의 바다를 건너게 해주는 견고한 배이고 무명의 어두움을 밝혀주는 등불이고 병든 이를 치료해주는 명약이고 번뇌의 나무를 잘라내는 날카로운 도끼”라고 한다. 이처럼 법이란 우리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고통을 치유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배우고자 하는 신심과 서원이 있는 이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 없이 불평과 불만만을 갖는다면 항상 그 자리를 맴돌며 끝없이 불만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열반경’에 나오는 설산동자의 이야기같이 배움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을 나찰에게 내던질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법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33호 / 2020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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