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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는 국민 연희이자 축제였다

  • 불서
  • 입력 2020.04.20 13:10
  • 수정 2020.04.20 13:11
  • 호수 1534
  • 댓글 0

‘생전예수재 연구’ / 승범 스님 지음 / 운주사

‘생전예수재 연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영산재’를 비롯해 국가무형문화재인 ‘수륙재’와 지방문화재에 등재된 ‘생전예수재’ 등 ‘재(齋)의식’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서의 위상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불교에서 이 ‘재의식’은 특히 종교의식과 더불어 축제이기도 했기에 일반 재가자들의 참여가 널리 허용됐다. 그 중에서도 생전예수재는 지역적 문화의 특색과 축제적 성격을 더욱 강하게 갖고 있어 다른 의식과도 차별성을 갖는다.

‘생전예수재’는 말 그대로 ‘생전(生前)에 미리(豫) 닦는(修) 재(齋)’를 말하며, 여기에는 독특한 불교사상이 내재돼 있다. ‘업’에 따른 육도윤회 사상에 의해 “사람은 누구나 전생에서 왔으며, 전생에서 지은 죄업에 의해 빚을 가지고 태어나므로 전생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생전예수재가 지닌 전제이자 목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재에 참여하는 대중들이 의례의 주인공이 되고, 불교의례 가운데 재가불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도가 가장 높다.

동국대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불교문화대학원에서 불교예술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불교문예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승범 스님이 실제 재에 참여하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해 이 생전예수재의 모든 것을 살펴 엮었다. 
 

살아생전 자신을 위한 의식인 ‘생전예수재’는 가장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재의식 중 하나다. 조계사 생전예수재의 한 장면.
살아생전 자신을 위한 의식인 ‘생전예수재’는 가장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재의식 중 하나다. 조계사 생전예수재의 한 장면.

“산 자들이 자신을 위해 치르는 의례이다보니 죽음의례가 지닌 엄숙함보다는 축제적 성격이 커진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민속적 요소들이 많이 개입되면서 때로는 잔치와 같은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으로 극락정토에 나아가기를 염원하며 가마나 반야용선을 타는 이들은 죽음을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생전예수재’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한 스님은 이 책 ‘생전예수재 연구’에서 살아생전 자신을 위한 의식이라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생전예수재에 대해 그 신앙적 의미, 의례의 구조, 구체적인 설행 양상, 축제적 성격 등을 고찰했다. 스님은 여기서 생전예수재의 구성과 진행과정, 설단과 장엄, 신도들이 참여방식을 살펴봄으로서 생전예수재가 지닌 현재적 의미와 특성을 분석하는 한편, 그것이 갖는 축제성과 문화예술성을 탐색하고 있다.

‘생전예수재의 전개와 사상적 배경’ ‘생전예수재의 설행 양상’ ‘사례를 통해 본 생전예수재의 보편성과 특수성’ ‘생전예수재의 축제적 성격’ 등을 차례로 다룬 책은 특히 조계사·통도사·봉원사·광제사·구인사·보문사 등 6개 사찰의 설행사례를 살펴 각 사찰에서 생전예수재가 전승된 내력과 전개과정, 의례의 구성과 진행과정, 그리고 설단과 장엄 등을 파악했다. 또 이들 사찰의 사례를 바탕으로 생전예수재가 지닌 축제적 성격을 분석했다. 여기서 다양한 형태의 탑돌이에 내재된 연희적 요소와 화청 등의 음악적 요소가 어우러진 축제성을 살펴보고 생전예수재의 이러한 특성을 한국인의 죽음준비 문화에서 나타나는 축제성과 연계해 살폈다.

저자가 분석해서 옮긴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전예수재가 한국불교의 문화적 다양성을 담은 우수한 전통문화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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