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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 앞둔 흥천사 전법회관 불사

기자명 법보
  • 특별기획
  • 입력 2020.04.20 13:21
  • 수정 2020.04.20 13:22
  • 호수 1534
  • 댓글 2

전통·현대 불교문화 살아 숨 쉬는 지역주민의 희망 공간

2017년 착공한 흥천사 전법회관, 8월 말 준공 법회 예정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지장전·무량수전·약사전 등 갖춰
북카페·공연시설 등도 마련…신도 편의에 초점 맞춘 불사
흥천사, 왕실사찰로서 옛 명성 회복·도심포교 새 역사 개척

오는 8월 말 완공될 흥천사 전법회관이 위용을 드러냈다. 흥천사 전법회관 불사가 회향되면 2012년부터 10여년간 진행해 온 흥천사 1차 중창불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사회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꿈이 이뤄지는 도량’ 서울 돈암동 흥천사 불사는 멈추질 않는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자 2017년부터 시작된 흥천사 전법회관 불사가 회향을 앞두고 있다. 5월말 건물외벽 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부설비 공사를 거쳐 오는 8월말 오픈할 예정이다. 전법회관이 준공될 경우 흥천사는 전통과 현대 불교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건평 94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되는 흥천사 전법회관은 신도들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하 1층 지장전은 부모나 가족친지들의 제사를 모시기 위한 공간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고, 부모나 가족친지의 제사를 집안에서 모시기 어려운 신도들을 위해 사찰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70평 규모의 지장전은 앉아서 절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서서 제사 잔을 올릴 수 있도록 공간을 조정했다. 흥천사는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실비 정도만 받고 기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상 1층은 사찰종무소와 식당이 들어선다. 현대적 조리시설을 갖춘 식당은 300여명이 동시에 공양할 수 있다. 공양시간을 제외하고는 흥천사를 찾은 신도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다실로 전환된다. 

지상 2층은 무량수전을 비롯해 북카페와 교양강좌 등이 진행될 다목적 공간이 배치된다. 140평 규모의 무량수전은 초하루 및 일요법회, 문화공연 장소로 활용된다. 법당을 가르는 기둥이 없어 넓게 트인 무량수전은 1000여명의 신도들이 법회를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법당 내부에 의자를 배치해 다리가 불편한 신도들이 의자에 앉아 법회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무량수전에는 설날과 추석 때마다 합동차례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과 무대시설을 갖춰 문화공연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무량수전 밖으로는 북카페가 들어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독서와 차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60평 규모의 다목적 공간은 평일에는 주민들을 위한 교양강좌가 진행되고, 일요일에는 어린이·청소년 법회 공간으로 운영된다. 영유아 아이들과 함께 법회를 찾은 신도들을 위해 무량수전 옆에 보육공간도 꾸며진다. 

삶의 무게에 지치거나 병으로 고통 받는 신도들이 기도할 수 있는 약사전은 지상 3층에 마련됐다. 30평 규모로 전통한옥 양식으로 건립된 약사전은 24시간 기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아픈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원력을 세울 수 있는 흥천사의 희망공간이기도 하다. 

흥천사가 전법회관 불사 회향과 함께 화장실 개보수와 요사채 건립을 마무리하면 2012년부터 10여년간 이어져 온 흥천사 1차 중창불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번 중창불사는 흥천사가 왕실사찰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는 일임과 동시에 현대 도심포교의 새 역사를 개척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해체복원된 흥천사 대방 전경.

흥천사는 지난했던 한국불교사와 맥을 같이하는 사찰이다. 1397년 태조 이성계가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한 흥천사는 조선시대 4대문 안에 건립된 유일한 사찰이었다.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한때 170여 칸의 대가람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연산군 때인 1504년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흥천사 전각 대부분이 소실됐다. 숭유억불의 시대였기에 흥천사는 재건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이후 1794년(정조 18) 성민·경산·경신 스님의 발원으로 정릉이 위치한 현 위치로 이전해 건립됐고, 절 이름도 신흥사로 바뀌었다. 크고 작은 전각들이 차례로 세워졌지만 크게 융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고종 2(1865)년 흥선대원군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각지에서 시주를 받아 현재의 대방을 건립했고, 사찰의 이름도 흥천사로 복원했다. 당시 흥선대원군이 직접 쓴 ‘흥천사(興天寺)’ 현판은 지금도 대방 중앙에 걸려있다. 

그러나 흥천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세가 크게 위축됐고, 통합종단조계종이 출범한 이후에도 종단의 관리에서 벗어나면서 쇄락의 길을 걸었다. 사찰의 법적 재산권은 조계종에 있었지만 결혼한 스님들이 실질적으로 점유하면서 흥천사는 늘 논란의 중심지가 되곤 했다. 흥천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경내에 거주하는 22가구 60세대 민가를 이전하는 문제가 관건이었다. 때문에 종단 내부에서는 토지를 매각해 정리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 흥천사 주지로 금곡 스님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당시 스님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찰 땅을 단 한 평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 스님의 뜻을 받들어 토지매각 없이 흥천사를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100억원대에 달하는 이주비용은 신흥사 전 주지 법검우송 스님의 도움과 은행에 기채를 내면서 해결했다. 이로써 흥천사는 통합종단조계종이 출범한 이후 50년만에 조계종의 품으로 돌아왔다. 

흥천사를 정상화한 금곡 스님은 이듬해부터 사찰중창불사에 나섰다. 왕실사찰로서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서울 강북지역을 대표하는 포교중심도량으로 만들겠다는 금곡 스님의 발원은 10년 중창불사계획으로 이어졌다. 2013년 폐가를 정리해 그곳에 ‘삼각선원’을 건립했고, 2015년 경내에 지역주민들의 보육을 위해 ‘느티나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한옥양식으로 건립된 친환경 ‘느티나무 어린이집’은 2015년 국토부의 ‘올해의 한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스러져가던 서울시유형문화재 66호 극락보전과  국가등록문화재 583호 대방에 대한 해체복원불사를 진행해 흥천사의 옛 전통을 회복했다. 특히 극락보전과 대방의 지붕은 장인들의 혼과 땀이 담긴 수제기와를 사용해 옛 가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풍미가 일품이다. 

옛 가람이 복원되자 흥천사는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부터 경내에 전법회관 건립에 착수했다.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해 불교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기도와 발원으로 고된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공간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런 점에서 회향을 앞둔 전법회관 불사는 ‘지역주민을 섬기고,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원력으로 역경을 마다않고 오직 한길을 걸었던 흥천사 사부대중이 이룬 결실이기도 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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