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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한상순의 ‘어떤 나무’

기자명 신현득

초록식물은 생명을 보살피는 보살
나무는 더 많이 실천하는 큰보살

나무는 자기 몸 희생해 종이‧책
사람의 집이 되고 가구도 돼줘
편히 쉬는 침대에 온돌도 데워
나무 보며 자연 감사 인식 제고

부처님 가르침에는 남을 위해 베푸는 일을 ‘이타행(利他行)’이라 하였다. 이타행은 보살이 지키는 보살행의 덕목이다. 사람 외에도 이타행을 하는 존재가 있을까?

이 물음에 식물학자가 나선다. “있고말고요. 그것은 초록식물이지요.”

식물학자의 말을 들어보자. 초록식물이 지구촌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 한다. 보살행이다. 그것은 녹색식물이 햇빛을 받아서 이루어내는 광합성에서 이루어지는 녹말 만들기에서 시작된다.  

초식동물은 녹색식물이 만들어서 내어주는 먹이를 먹고 산다. 육식동물은, 초록식물이 대어주는 먹이를 먹고 자란 생물을 먹이로 하고 있다. 이것도 초록식물이 대어주는 먹이다. 사람의 먹거리도 밥·채소·과일 등이 모두 초록식물의 이타행이요, 보살행에서 제공되고 있다. 한 마디로 초록식물 보살행이 없으면 지구촌의 생명이 있을 수 없다. 

초록식물의 보살행과 이타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어 모든 생명이 숨 쉬게 해주고 있다. 먹여주고, 숨 쉬게 하는 초록식물 아니면 지구촌에 생명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어떤 나무 / 한상순
 
어떤 나무는 
책이 되었다. 

어떤 나무는 
책상이 되었다. 

또 어떤 나무는 
침대가 되었다. 

그런데 어떤 나무는 
목발이 되었다.

아픈 다리를 위해
대신 걸어주는 
두 다리가 되었다. 

동인지 ‘동심의 시’37집(2019)에서

초록식물이 생명을 보살피는 보살이라 했더니, 초록식물 중에서도 나무는 더 많은 이타행을 하는 큰 보살이다. 도구가 되어 사람의 생활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나무가 사람을 어떻게 도와주나? 시의 내용을 보면 초록식물인 나무는 자기의 몸으로 종이가 되고 책이 되어준다고 노래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문자와 종이에 의해서 기록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 나무가 몸을 부수어 얇고 하얀 종이가 되어주는 이타행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류의 문화를 열어준 것이 나무인 것이다. 나무는 사람의 집이 돼주고, 자기 몸을 쪼개어 가구가 돼준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이 편하게 책을 펴고 공부할 수 있게 책상이 되는 일은 중요한 사실이다.   

노동으로 지친 사람들은 누워서 잠을 자야 한다. 편히 쉴 수 있는 침대가 돼주는 것도 나무다. 목발이 되어, 다리 아픈 환자나 장애인의 다리가 되어 길을 걸어주는 것도 나무가 하는 일이다. 

여기에 이보다 더 큰 이타행이 있다. 나무가 자신의 몸을 태워서 음식을 만들어주고, 생활 주변을 따뜻하게 해서 추위를 견디게 하는 것이다. 부엌에서 타는 나무는 온돌을 데워서 온 가족이 겨울을 날 수 있게 한다. 난로에서 자기 몸을 태워 교실 어린이들이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한다.

불의 발견이 인류문명의 시작이라 한다. 나무가 몸을 태워주지 않고 불이 있을 수 없다. 이 한 편의 시는 나무의 보살행을 가르치면서 자연을 아끼자는 주제를 심어두고 있다. 

시의 작자 한상순(韓相順) 시인은 임실 출생(1958)이며, 1899년 ‘자유문학’에서 동시로 등단, ‘예쁜 이름표 하나’(1999) ‘갖고 싶은 비밀번호’(2004) 등 동시집을 냈으며, 황금펜아동문학상, 우리나라동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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